|
난 RP에요.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최악의 병.
빛을 잃는다는 두려움에 점점 나 자신을 갉아먹히는,
마음의 병.
면허 따놓고도
운전 한번 못하고,
영화관에 가도
영화는 못보고 자막만 보고 나오고,
포켓볼 치러가도
흰공이랑 번호공이랑 한눈에 안들어오죠.
가끔은 코앞에 있는 전봇대를 못보고
찌~인한 키스도 나누기 일쑤고,
또 가끔은 뛰다가 못보고 넘어져서
팔에 금이 가기도 하죠.
6개월에 한번,
병원가서
의사한테 가망 없다는 소리도 듣는 것도.
저번보다 나빠지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에 웃음 짓는 것도,
이젠 익숙해요
근데, 그게 어쨋는데??
비록 남들보다 못한 눈이지만 ,
빛을 느낄 수 있는 두 눈도 있고,
비록 못생기긴 했다만,
흠집나진 않은 말짱한 얼굴도 있고,
거친 비바람에 방파제 되어줄,
따뜻한 가족들, 언제나 훈훈한 피붙이들도 있고
몇 되지는 않지만
우울할때면 꼬장도 부릴 수 있는,
힘들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술 생각 나면 만나자 할 수 있는,
순화된 언어(욕)를 섞어가며 못난 날 꾸짖어주는,
알바중에 팔아파서 파라솔 못편다니까 문자받고 달려와서 펴주는,
밥사달라 나와서 자기가 돈내겠다고 아우성인,
지 걱정은 안하고 내 걱정 하기 바쁜,
순진한 얼굴로 몇 다리씩 문어발 걸치는, 쿡쿡
가끔은 내 핸드폰에 전화해서 울기도 하는 ..
그런 친구들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 웃는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