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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께
    주요리 2006/02/27 733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제 곧 봄이 오려나 봐요 겨우내 비추던 햇볕도 이제 제법 따스해지고, 말라있던 검은 가지에도 푸른 눈이 쌓여 가네요. 어머니, 오늘문득 창문 너머 파란 하늘을 봤어요 흰 구름에 가려진 파란 마음도 아직 그대로인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은 7년이나 지났어요. 겨울은 7번이나 지나가고, 붉은 단풍도 7번이나 떨어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 오는 봄바람은 아마 희망을 가득 싣고 오려나 봐요 얼음처럼 가득 쌓였던 마음속의 고통과 아픔도 금세 녹일 듯이 충만해요 어머니, 인제 전 혼자서도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이 넘어진 순간 눈물가득 주름진 손을 내밀어 주셨던 따스함을 잊지 못하지만. 지금 그 눈물어린 기도로 저의 심장을 돌리고 그 입맞춤에 힘줄을 세우고, 새끼손가락의 약속으로 전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머니, 두 눈은 어두워졌지만, 마음에 더 크고 밝은 렌즈가 이제야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네요 이 눈을 뜨는데 그리 오래 걸렸을까요? 아니면 저의 용기와 지혜가 부족했을까요? 어머니 이제 더이상 어머니의 흰머리를 찾지도 뽑아 드리지도 못하지만 아들은 이제 맹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이제부터는 아픈 허리, 저린 어깨, 부은 다리를 더 시원하게 해드릴꺼에요 열심히 할게요. 부러진 날개를 동여매고 하늘높이 날아올랐던 선배들처럼요 어머니, 그날 이후 늘 혼자인 제 곁에 항상 같이 계셨지만 주위를 보세요. 어느새 제법 팔뚝을 붙잡고 다닐 친구들도 생겼답니다. 전 이친구들에게 무엇이 될까요? 저의 작은 소망 이라면 그들의 마음에 짐 하나 정도는 같이 들어 줄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그토록 아파하며 인정했던 것들을 이제 저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저는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인생과 운명에게 주먹질 하지도 않습니다. 조용히 웃으며 지나가도록 이끌어 주신 어머니께 감사할 뿐이에요 그래요 어머니, 전 더이상, 어머니 고향 언덕 뒤에서 빛나던 별도, 생일날 사주셨던 무지개 빛 수채화물감 세트도 그립지가 않습니다. 아직 차가운 겨울시선이지만 내 방 창문을 열려고 해요, 작은 가슴 가득 푸른 세상을 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