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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종류***
눈물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 감동으로 흘리는 눈물이 하나이고
슬프고 한에 맺혀서 흘리는 눈물이 다른 한 종류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의 눈물은 성분이 다르다고 한다.
기쁨의 눈물은 순수한데 비해
한에 맺혀서 흘리는 고통의 눈물은 독소성분이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보다도 한이 많다는 민족이고 보면
우리 조상들 때부터 독소성분이 있는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도 모르겠다.
한에 맺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다분히 살아가는 관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옛날부터 유교적인 씨족사회가 발달하여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가는 곳이 한 마을이다 보니
마을사람 대부분이 친척이고 상하가 뚜렷한 연공서열을 이룬다.
여기에서 자기나름대로 생활하고 생각하기란 힘들다.
무엇이든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고
조금이라도 톡톡 튀어날라 치면 버르장머리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고
같은 음식을 먹고 뀌는 방귀도
서열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고 해야 했다.
그러한 융통성 없는 틀 안에서
항상 억눌린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다.
자기나름대로 살 수 없고 남나름대로 살아가야 했다.
이러한 관습의 굴레는
최근에는 환란이 오고서야 많이 누그러지는 듯 하지만
농경사회가 붕괴된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는 듯 하다.
술 한잔 마시면
한 달치 수입에 해당하는 양주와 안주를 플라스틱 카드를 긁어대면서
그래도 명색이 술 한잔 마신다는 게
자기와는 종류가 다른 아리따운 인간이 옆에 있어주어야 한다.
결혼을 하자 무턱대고 30평이 넘는,
신혼 두 사람에겐 아방궁같은 집을 장만하는 것이었다.
신입사원 봉급이 얼마이길래 그렇게 하는지 몰랐지만
부모 잘 만나 공돈이라도 생겼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가 시골에서 자기 집에 들렀다가 내려가실 때
그들은 여비 한 푼 드리지 못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 여비를 드리지 못한다고 죄송하다며 그냥 보내드렸단다.
가족끼리는 그렇게 궁색하면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허울에는 아끼지 않는다.
명절에 친척끼리 모이면
이상하게도 제일 어렵게 사는 새파란 졸병이
기름값도 감당하기 힘든 고급차를 몰고 으쓱거린다.
그리고 매년 그 차가 고급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그러한 남나름대로의 생활에
남에게 보이지 않는 집안에서의 살아가는 형편은 궁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 자신을 위한 더욱 소중한 투자를 희생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리저리 만들지 않아도 될 한을 만들어 간다.
자기 형편과 분수로 살아가는 주관적인 삶이 아니라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철저한 남나름대로의 생활이다.
이유같지 않은 명분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면서
남에게는 웃어 보이려 혼자서는 구석에서 속이 미어 터진다.
우리 민족보다가 더욱 못살고 전란을 겪은 민족도 많거늘
유독 우리 민족이 한에 맺혀 독소가 함유된 눈물을 홀로 흘려왔다.
이제는 남나름대로가 아닌 자기나름대로 살면서
진정으로 눈물을 흘려야 할 때를 찾아야겠다.
자신의 온몸에 부딛혀 오는 희로애락에만 눈물 흘려야겠다.
그리하여 힘들고 어려울 때의 잠시 독소섞인 눈물은 적게 흘리고
세상을 찬미하면서 흘리는 순수한 이슬같은 눈물은 자주 흘리도록 해야겠다.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눈물을 삶의 거름으로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물을 삶의 약으로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구정물처럼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슬픔과 고통은 해석하고 쓰기에 따라 삶의 그림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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