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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19번에 대한 [Re] == 조금 따끔한 조언(죄송합니다.)
    phil 2002/05/21 1,584
      전 서른살입니다. 저도 망막색소 변성증이구요. 이미 현역병으로 26개월을 만기제대하고 육군병장으로 제대했습니다. 전 아직 심하진 않습니다. 안경을 자주 맞추는데 방금 맞춘 안경으로 교정시력이 0.6이 간신히 나올까 말까합니다. 게다가 사시도 좀 심해서 항상 눈에 초점이 잘 안맞아서 고생하고, 사시 덕분에 눈이 빨리 충혈되고 피곤함을 많이 느낍니다. 물론 벌써 병이 많이 진행 되신 분들에 비하면 아주 부러워할 만큼 양호한 편이지요. 그리고 야맹증이 조금 심한편입니다. 공놀이는 안합니다. 아니 못하지요. 움직이는 공이 잘 안보이니까요. 눈부심이 심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망막 사진을 찍어보기도 전에 눈에 안약넣고 의사가 들여다 보기만 해도 확실히 망막색소변성증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망막이 눈에 띄게 상해 있답니다. 물론 93년도에 군에 입대할때도 지금과 비슷한 진행 상태였습니다. 항상 웃고 아무거나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려고 노력하는 자세때문인지 저는 그때에 비교해서 거의 진행하지 않았거든요. 또한 당시에는 제가 알기로는 야맹증이 심하다고 해서 군대에 면제되고 이런거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92년도에 신검받을때 망막색소변성증 외에도 탈장(군입대하기 전에 수술하고 입대했음)에 다한증, 그리고 허리디스크도 심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신검에서는 역시나 돈없고 빽없는 일반 대한민국 청년답게 2급 현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신검받을 당시에 증상들(야맹증, 빨리움직이는 것들이 잘 안보임, 교정시력이 잘 안나옴)은 있었지만, 둔한 저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병원갈 생각도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저 운동신경이 둔한거라고 생각하고... 제가 신검받을때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명자체를 몰랐죠. 그냥 군위관한테 이야기하니깐 알겠다고만 하고 2급현역판정을 내렸으니깐요. 저 참 무식하죠?? 쿠쿠... 저는 군대에 93년도 8월에 가서 95년도 10월에 제대를 했습니다. 현역으로 전방에서 보병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26사단(불무리)을 아실른지... 지금은 기계화 사단으로 바뀌었지만 그땐 죽음의 보병부대였지요. 100키로 야간 행군도 심심하면 했지요. 물론 밤에 안보이니깐 앞에 가는 동기의 군장 끈을 잡고 걸어야 했어요. 하지만 남들 다들 살짝 비켜 지나가는 물웅덩이에도 빠지고 열걸음이 멀다하고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걸어도 한번도 낙오한적이 없었어요. 야맹증으로 밤에 보초서는데 다들 졸면서 보초서도 순찰자 잘 잡아내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초긴장상태로 보초를 서도 밤에 잘 안보이니깐 순찰자를 놓치기 일수 였습니다. 군대에서 축구하면 헛발질만 해댔지요. 급기야 남들 축구할때 저는 삽질하거나, 내무반 청소한다고 자원했었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군생활을 마쳤지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군생활 잘한다는 소리 듣고 제대했습니다. 사격도 잘했어요. 군에서 사격이라는거 고정된 타겟을 숨안쉬고 천천히 방아쇠 당겨서 침착하게 쏘면 바로 맞출수 있는거거든요. 타겟만 희미하게 보이면 누가 침착하냐에 따라서 사격 잘하고 못하고 달렸습니다. 저는 사격 잘해서 포상휴가도 나왔었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학교 복학해서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해서 석사 학위 따고 지금은... 미국에 유학와 있습니다. 님께서는 망막색소 변성증이라고 해서 너무 걱정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아직 왠만큼 보이면 너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설사 님의 표현처럼 군대에 끌려간다해도 남들 이상의 고생은 그렇게 심하게 하진 않을 것입니다. 남들 다하는 고생쯤만 하실겁니다. 제가 경험자이니까요. 그리고 야맹증만으로도 요즘은 군대 면제된다고들 하던데... 잘 알아보시고 면제 받으십시요. 물론 군대 경험자로서 왠만큼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군생활도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지만, 님이 판단해야 할 일이 겠지요. 다들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안타까워해 주는데, 저만 이렇게 따끔하게 쓴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할수록 더 정신력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