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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그와 마주앉아 웃고 떠들다 보면, 꿈과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빛을 잃고 더 환한 빛을 찾았다는 ‘개가수(개그맨+가수)’의 조상 이동우. 노래하고 연기하는 이동우의 표정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가 지금 이 순간 정말 행복하다는 사실을.
글. 윤진아 사진. 김나은(holic studio)
장소 협조. 몽앤몽(02-319-9895)
저는 분명히 눈을 뜹니다!
처음부터 슈퍼맨 유전자를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틴틴파이브’의 멤버로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동우는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난 뒤, 2010년 실명 판정을 받으며 모든 방송을 그만뒀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을 구성하고 있는 시세포층 가운데 빛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세포들이 급격히 퇴화하면서, 밤에 사물을 구별하기 힘들어지고 점차 시야가 좁아지다 끝내는 시력을 잃게 된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에 치료 방법도, 약도 없다. 그 역시 예정된 수순처럼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때 실의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장애 덕분에 인생을 더 멀리 내다보게 됐다.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그냥 포기하고 살 수 없는 일. 장애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왔고, ‘슈퍼맨’이란 썩 멋진 별명도 생겼다.
“저는 분명히 눈을 뜰 거예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거든요.(웃음) 딱 5분만 선물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엄마를 닮아 눈이 예쁘다는 지우의 눈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
지난해 공연한 창작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실제로 자신의 삶에 빛이 된 딸을 생각하며 구상한 작품이다. 연극은 끝났지만, 슈퍼맨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다. 지금 이동우는 연극배우이자, 재즈가수이자,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극복한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해에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홍보대사로도 활동했고, 2년 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 4시간 21분 34초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생애 첫 재즈 정규 앨범 <스마일>도 발매했고, 앨범 발매 후에는 단독 콘서트도 성황리에 마쳤다. 또 지난 연말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직접 기획했다.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생을 살아갈 힘이 생기자, 세상을 더 크게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장애인이자 유명인인 자신의 말 한 마디가 파급력이 큰 것을 알게 된 그는 그 장점을 이용해 장애인과 세상 간의 소통을 이루고 있는 참이다.
저는 분명히 눈을 뜰 거예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딱 5분만 선물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엄마를 닮아 눈이 예쁘다는 지우의 눈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
꿈꾸고 이루는 하루하루 “오, 해피!”
장애와 함께 세월이 흐르고 인기도 변했지만, 신이 내린 입담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말로 웃기며 살지만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는 이동우는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고, 결심이 서면 동네방네 웃음과 희망을 나누고 다닌다.
아내랑 존 레논의 앨범 재킷과 똑같이 사진 찍기, 희곡 써서 전 세계로 수출하기, 아프리카 원주민과 함께 1년 간 살기, 첫사랑 칠순 잔치 때 찾아가 놀라게 하기, 스티비 원더가 썼던 선글라스를 끼고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썼던 흰 지팡이를 짚고 재즈클럽 월드투어 공연하기, 죽기 직전에 주위에 누가 있든 없든 ‘씨익’ 하고 한 번 웃어주기 등등 상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버킷리스트도 만들었다.
“실현 가능성을 곰곰이 짚어봤는데, 사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어요? 삶이란 것이 제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될 때가 많으니까요. 어쩌면 이 버킷리스트보다 더 짜릿하고 가치 있는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고요.(웃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가슴에 태극마크 달고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딸을 할리 데이비슨에 태우고 어디든 데려다주기’다. 이 꿈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반드시 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에 힘이 실렸다. ‘꿈꾸지 않는 것이 장애 아니냐’는 반문도 과연 이동우답다.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재능기부에도 열심이다. 쉴 틈 없이 굴러가는 하루하루지만 이 사회에 웃을 거리, 나눌 거리를 만드는 데 일조하려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제가 장애를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전부 슈퍼맨처럼 느껴졌어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죠. 언젠가 한국 사람들은 모두 ‘불행 경연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더라고요. 항상 남과 비교하고, 쉼 없이 질주만 하고, 아픔을 잘 내색 안 하죠. 하지만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합니다. 그럼 놀랍게도 손잡아줄 사람들이 분명히 나타나요.”
꿈꾸고 도전하고 배우고 즐기고 사랑하며 사는 이동우의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도 용기 내어 마음껏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밝힐 계획으로 신명나게 노래하는 그대여, 팍팍한 일상에 한 줄기 비타민 같은 희망으로 영원히 우리를 웃겨주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