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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멜레온 2013/07/18 2,141
      안녕하세요? 지금은 시각장애인 밴드 '4번출구' 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고, 전에는 이 곳 알피협회의 부회장으로 일해왔던 카멜레온(한찬수) 입니다. 2004년 1월에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아, 18년간 몸담아왔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위 '시각장애인계' 라 불리우는 곳으로 들어간 지 벌써 10여년이 되어가는군요. '재활' 이라는 이름으로, 흰지팡이 보행교육도 받고, 점자도 배우고, 컴퓨터 음성프로그램도 익혔고, 급기야는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 불리워지는 '안마' 도 배웠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던가요.. 시각장애인계에 들어가서 살려면 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를 따라야 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요.. 처음엔 저 역시 그런 생각으로, 전혀 익숙치 않은 그' 로마법' 에 적응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제가 과거 정안인계에서 아무리 대학을 나오고, 일류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더라도, 이 곳 세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지요. 흰지팡이로 혼자 보행할 줄 모르고, 점자도 모르고, 안마조차 할 줄 모른다면, 이 세계에서는 그냥 한마디로 '찌질이' 가 되는 것이지요.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처럼 중도실명한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에 한 발만 들여놓고, 그렇다고 정안인계에서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결국 사각지대로 내몰려 방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계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정부는 이렇게 방황하며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중도실명인들을 위한 어떤 정책도 만들고 있질 않는걸까요? 그 대답은 너무나 단순명쾌하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왔고, 정부가 알아서 복지분야의 정책을 만들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결국 시각장애인 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요구해야 하는 것들이겠지요. 그런데 시각장애인계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있지 않기때문에 중도실명인들을 위한 어떤 정책도 없을 수밖에 없는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시각장애인단체들은 그런 목소리를 내고있지 않는걸까요.. 그 대답 또한 아주 간단하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각장애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몇 개 단체의 단체장들은 모두가 소위 '맹학교' 를 졸업한 선천성 시각장애인들이지요. 이 분들은 '안마' 를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여기고, 그들 나름대로는 그 생계수단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정부로부터 '안마업' 을 시각장애인들만 할 수 있는 유보직종으로 이끌어 내었고, 지금도 이 안마업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투쟁을 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그러니 이 분들이 우리같은 중도실명인들의 아픔과 고충을 알 리도 없고 아니 알아야 할 이유도 못느낀다는 표현이 더 맞겠군요. 이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최근에 충격적인 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수가 약 28만명이라는 데, 그 중 아마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 수는 불과 5천여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이 오천명을 위한 '안마' 라는 정책 하나만 주고는 나머지 27만명을 위한 어떤 정책도 생각지 않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 정부로부터 어떤 정책대안도 없고, 시각장애인계에서조차 찬밥신세가되어 있는 우리 중도실명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해답 또한 명쾌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목소리' 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정부를 상대로 직접 목소리를 내야하는 시각장애인 단체의 단체장으로 진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는 것이 문제랍니다. 지금까지 이들은 소위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로 단체장들이 되어왔고, 그 대의원들은 모두 소위 '계보' 라 불리우는 전국의 각 맹학교 출신들이 서로 자리 나눠갖기 형태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그 '계보'가 없는 중도실명인들은 접근조차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지요. 아직도 시각장애인계의 가장 큰 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회장은,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되고 있구요. 그나마 하늘이 기회를 준 것인지, 연합회 산하 전국 시도지부 단체중, 서울시 지부장 선출이 최근에 직접선거로 바뀌었답니다. 이제 우리같은 중도실명인들도 정치권에 진입할 수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요. 바로 내년 2월이 서울시 지부장 선거가 있는 날이랍니다. 저 보다 먼저 이 곳 시각장애인계에 들어간 알피협회 전 회장인 남 산(전 남혜운, 개명했슴) 과 저는 이번에 큰 뜻을 품고, 중도실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서울시지부에 입성을 결심하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할 때가 왔습니다. 최신의학소식에 들려오는 알피치료의 움직임을 보아도 그 치료책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슴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치료책이 상용화되었을 때, 그 시술비용이 그리 녹녹치 않을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있습니다. 당연히 국가로부터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겠지요.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알피 환우 여러분, 힘을 실어 주십시요. 여러분들의 한 표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