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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눈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몇군데 안과에 갔지만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한 병원에서 야맹증이 있다고 했더니 다른 검사를 해본 후 뭔가를 발견한 듯이 의사는 나에게 말했다.
알피입니다.
그리고 의사는 다른 설명이 없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 네이버로 알피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는 순간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후 하루하루 내 눈은 사람얼굴과 신호등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렇게 실명이 되어 회사도 잘리고 집에나 있어야 하나, 나는 집사람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두딸에게 짐이 될 수 없었고 죽기를 다짐한다. 우울증. 그리고 어떻게 죽을건지 방법을 고민하면서 몇군데 보험회사에 들러 생명보험 상담도 받아보았다.
그동안 몇군대 큰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알피 진행이라는 의사의 말은 동일했다.
그러나 집사람은 알피는 이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며 마지막으로 한번더 병원에 가보자고 나를 끌고가다시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집사람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 백내장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검진결과 백내장이 아주 약하게 있다고 했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했다.
결과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눈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동안 보지 목했던 원인은 후극성백내장, 병을 알고 일년 반동안 나를 고생시키고 결국 자살까지 생각하게 했던 보이지 않던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수술을 한지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뒤로 시야는 점점 좁아져 같다.
부딪치고 넘어져서 멍들고, 쓰레기통 차서 뒤집고, 두딸은 나한테 부딪혀서 고생하고 몇일전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어깨를 부디쳐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집사람이 ”자기야. 기둥이야”라고 한 이후 그곳을 지날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나는 내가 볼수 있을때까지 빨리 모든 것을 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목록을 적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지금은 여행을 많이 다닌다, 공은 잘 보이지 않지만 골프도 친다.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작년 10월에 구입한 MTB자전거를 타고 남한강 북한강을 주로 라이딩한다.
올해 아니면 내년까지는 전국종주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더눈이 나빠져 언젠가 자전거를 못타게 되면 그때는 걸어서 전국 국토순례를 할 계획이다.
나는 내 인생을 되돌아 보게 만든 이 상황을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직 나를 다 내려놓지 못한 것인지. 가끔은 우울하다. 아직 인생공부를 덜 해서 그런가 보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 이순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성공한 인생이다.
모든 환우가 마음 깊은곳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산다.
마음이 아프다. 난도 7년 동안 괴로워 하고 지금도 괴로울 때가 많다. 그러나 괴로워 해봐야 내 눈만 더 빨리 나빠지고 나만 손해다. 힘든 세상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리라고 믿고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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