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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또한 알피구요. 어릴적 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어, 미술을 했습니다. 저는 디자인쪽은 아니고 회화쪽이였구요. 미대 진학은 아주 어릴때 부터 주위 선생님이 잡아놓으신 기정 사실이었어요.
고등학교때 부터 성적관리와 스트레스로 인지 색에 대한 민감성이 확연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 스스로는 아주 어릴적 부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스스로 색에 대한 심오한 차이를 놓치는 듯한 느낌(어린나이에 그걸 객관적인 언어로 설명하지 못해서 정의하지 못했어요)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때 즈음에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대학 진학시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생겼고 스스로 그 상황을 받아 들이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병원에 갔는데도 의사샘이 알피란것을 진단 내리시지 못했고, 왜 색깔의 구분 능력이 복잡한 상황에서 떨어지는 알지 못해 하시며 그냥 돌연변이 정도로 진단 내리셨습니다.
적당히 성적에 맞춰 서둘러 진학한 학과가 식품영양학이였고, 대학생활에 많이 부적응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장애에 대해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마음과 어릴적 부터 해왔던 미술에 대한 미련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좀 더 선명한 색감을 갖고 비교적 좁은 시야에서 그려나갈 수 있다는 판단하에 메이크업을 배웠는데, 학원에서 화장품을 자주 쏟는 실수가 발생했고, 섬세한 터치 작업이나 눈화장 표현을 너무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한번도 붓으로 터치해서 표현하는 작업이 잘 안된적이 없던거 같은데, 그당시 제가 잘 못하는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스스로 점점 힘들어지자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참 많이 후회 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보면 뭐가 있으려나 하고 나갔는데, 글쎄요. 바다건나 다른곳에서도 저를 기다리고 있던 여정은 남들과 다른 제 눈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제 자신을 둘러싼 사회나 현실적 정체성의 고려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제 길이고 제 꿈이라고 생각했던 고집을 버리기로 했던 첫 순간이었네요.
마음 아프게도 알피는 진행성 입니다. 따님은 아직 어려 힘드시겠지만 부모님이 먼저 진행성이라는 병의 특성과 이것이 개인의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요소라는 것을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때론 알피 친구들 중에, 디자인, 회화, 사진,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자신의 부족함을 이겨내고 직업으로도 잘 연결시킨 친구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래도 결국 눈이 진행하게 되면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자신의 과거의 노력과 열정에 많은 후회와 방황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시각적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흥미도 희미해 지는거 같아요.
따님이 어느정도 미술에 마음을 두시는지는 모르지만, 가급적 진로를 언어, 교육, 사회복지, 음악쪽으로 정하셨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시각장애인의 미술교육에 대한 여러 논의와 쟁점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 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직업이나 합의된 개념으로 자리잡기에는 너무나 낮은 수준인거 같습니다.
미술은 감각기관 중 시각 기관에 의존하는 그림, 디자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각과 후각을 활용하는 요리, 촉각을 활용하는 조소와 공예, 마음을 그리는 심리까지 시각의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통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개념을 의미합니다. 미술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해 보시고 진로에 있어서 현실을 고려 하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특수교사의 경우 실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공예와 만들기, 조리실습, 공연활동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업무 자체에 미술의 요소가 이미 깊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술사나 미학등 미술에 관한 학문을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그에 따른 철학적 사조에 깊은 관심이 있을 경우 고등기관에서 학문적으로 다가설 수도 있습니다. 그 후 진로와 연계할 경우 학문을 연구 하고 나눌 수 있는 교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많은양의 연구와 학문 활동을 계속해야 하기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진행성인 알피에게 점자를 익혀 두는 것이 다소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진로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두서 없이 써내려 간거 같습니다. 어릴적 미술을 해서 너무 많이 진로에 어려움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삶엔 정답은 없겠지요. 좀 더 행복해 지는 과정을 밟아 가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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