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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또바기 2012/04/25 1,129
      화사하고, 따뜻했던 대지의 봄기운과 이해인 수녀님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란 수필집처럼 봄꽃 내음이 가득했던 요즘이었습니다. 오늘은 촉촉한 봄비가 그 자리를 적시고 있는거 같네요. 여러분이 계시는 곳에도 봄비는 내리겠죠? 기다렸던 봄비는 아니었지만, 왠지 반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개인적으로 흐린 마음의 날씨만큼이나, 이 봄비가 잘 어울려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알피 남자환우입니다. 가끔씩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저와 같은 심정을 갖고 계신 분들의 글들을 접할 때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얼굴은 모르지만 어딘가에서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마음에 동질감을 느껴, 위안과 위로를 얻기도 했답니다. 사실, 오늘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되는 것은... 가슴에 두고, 쿡쿡 눌러 참아 두려 했지만... 너무 마음이 무겁고, 힘이 들어서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고, 아파도 혼자 삭히는 저의 성격 탓에 마음이 힘들어도... 마음 속에 억누르고, 또 억누르고 지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목놓아 소리쳐 보고도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마음 속에는 이미 너무 많은 아픔이 차올라, 도저히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마음 밖으로 조금이나마 분출하고 싶어, 이렇게 협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저의 입장을 이해해줄 곳은 이 곳 밖에 없는거 같아서요... 저에겐 오랜 시간 많이 사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홀로 짝사랑한 시간까지 합하여, 그 시간이 10년에 다다르는거 같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의 그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의 젊은 날을 기억해주는 사이 서로의 모든걸 알아주는 사이였습니다. 그 사람, 제겐 너무나 착하고, 소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제 자신보다 더 소중히 생각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저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행복했던 사람이었는데... 그게 결국 이렇게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과 사랑하면서, "결혼을 한다면 바로 이런 사람과 하는거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는데... 소소한 것에 너무나 행복했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제 질환을 아는 순간부터, 그 사람 곁에 있는 시간이 조금씩 두렵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RP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전의 일입니다. 10대 후반부터 야맹증을 조금씩 느껴오던 차에,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불편한 행동과 모습으로는 앞으로 사랑하는 이 사람을 마음 놓고, 편히 지켜줄 수 없을거 같아서...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 발생될지 모르는 눈 수술이라는 위험성과 비싼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그 사람을 편하게 지켜주고 싶다는 판단 하에... 저는 안과에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지 알고 싶어, 개인병원을 그 사람과 함께 갔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뜻밖의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지요. 산동제를 넣고, 시간이 흘러 저는 진료실에 혼자 들어갔습니다. 그 사람은 대기실에 앉아 있었고요... 진료실에 들어가, 검안경 앞에 앉자, 의사가 저에게 "결혼 하셨나요?" 이렇게 묻더군요. 저는 속으로 저와 그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의사가 보고, 의사가 그냥 편안한 질문을 했나 하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저는 "아니요..."라고 말했지요. 그 때 의사가 망막색소변성증이 의심된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보시는게 좋겠다라고 의증이나, 자기가 봐서는 그런거 같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 RP... 예전에 TV에서 봤던, 이동우 님이 앓고 있다는 질환이 바로 그거였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확 스쳐 지나갔습니다. 더 이상 의사와 아무 말도 못 나누고, 진료실 밖을 나와서 황당한 모습으로 진료비를 계산하고, 병원 문 밖을 그 사람과 나왔습니다. 눈 앞은 산동제로 인하여 너무 부셔왔고... 목에서는 끌어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나 어떡하냐...?"고 물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저의 언행에 뭔가 이상하다 느낀 그 사람은 제게 물었지요... "병원에서 뭐라고 그러는데...?" 저는 짧게 말했습니다. "이동우와 같은 RP래...." 그녀도 이동우 님의 상태를 언론에서 접했던지라, 이동우 님의 모습이 순간 연상 되었을겁니다. 원래 점심 약속을 하고 만난거기에 말없이 식당으로 평소처럼 손을 잡고, 걸어 갔습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그녀의 뒤에 가만히 선, 저는 그 순간 RP로 인해 앞이 안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그녀를 못 볼 수 있다는 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날 떠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을 앞에 두고... 서로가 마주보고, 눈물을 참았지요. 그녀 역시 놀라고,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끄러우면 얼굴이 빨개질만큼 마음이 여리고, 여린 친구인데... 얼마나 황당하고, 놀랬을까요... 자기가 사귀는 오빠가 RP로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하고, 슬펐을겁니다. 그 마음이 안 쓰럽게 보여... 그 자리에서 저는 그녀에게 너의 부모님께 내가 RP라는 것을 말하라고 했었습니다. 그녀와 결혼을 꿈꿔오고 만나는 저였기에... 그녀의 부모님께 숨기면서까지 그녀를 만나기가 싫다 생각들었고, 그걸 혼자만 알고, 고민할 그녀의 모습이 싫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그건 그 사람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나 봅니다. 그 사람 부모님은 저를 만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합니다. 저와 그녀의 부모님 사이에서... 얼마나 그 사람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남들처럼 편안하게.... 떳떳하게 만나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더욱이 저의 질환으로 더 힘들게 그 사람을 만들었으니... 지금도 저는 저의 질환으로 제가 안 보이는 것이 두려운거 보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못 보게 된다는 것이 더 두렵고, 슬픕니다... 앞으로,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아름답게 웨딩드레스 입고 있을 모습 한번...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를 모습 한번... 그때까지 저의 눈이 희미해지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정말 눈물나게 슬픕니다.... 그 사람 곁에 항상 있고 싶었는데... 그 사람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 곁에 제가 서 있고 싶었고... 나만 죽을떄까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저에게 휴대폰 문자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거 같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두렵고, 외롭고, 힘들다고... 그러나 그 사람은 지금 그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긴 터널 속에서 앞이 안 보이는 체로, 그 사람의 손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터널 끝을 그 사람과 함께 나가고 싶었는데... 저의 모습으로 과감하고, 당당하게 말을 하는 것도 미안한 노릇이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처럼 그 사람이 바라는만큼 해줄 수 없다는걸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사람은 떠났지만, 저는 아직도 어디를 가지 못하고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 2010년 여름, RP를 알고, 협회에 가입하여...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의학소식에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머지않아 치료가 된다고 하여도, 그렇게 크게 기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물론 치료가 되면, 그동안보다 삶의 질은 분명 나아질거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많이 후회되고, 가슴 한편이 아련할거 같습니다. 함께 있어줘서 기쁨도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치료가 되면, 그간 마음속으로 혼자만 미안해 하던 모든 것들... 그 사람에게 다 해주고 싶었는데... 이젠 치료된다고 하여도, 그 마음 돌려줄 사람도 없을거 같아 힘이 듭니다. 환우분들 중에 결혼을 하셨거나... 사랑을 하시는 분들... 곁에서 자신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거 참으로 행복한거랍니다. 잊지 마세요... 그 사람의 마음을 말이지요. 물론 제게도 가족은 있지만... 그리고 저의 상황을 알지만... 먼훗날 혼자 남아있을 저의 모습을 가끔 생각하면 눈물이 너무 나네요. 망막색소변성증... 개인적으로 거기에 대인기피증, 우울증까지 함께 하는거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싫고, 설혹 만나더라도 그 속에서도 외롭고... 역시 RP는 눈보다 마음이 더 아픈거 같네요.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제가 계속 혼자 좋아하지 않고, 또 그 사람이 저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 사람이 바라던 모습대로 행복하게 지냈을텐데 말이지요. 그 사람의 한창 아름다웠을 젊은 날을 제가 망쳐버린거 같아 너무 속상하고,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이 한심한 저는 그 사람을 마음으로 잊지 못하고, 놓아 주지 못하고... 이렇게 혼자 남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순수했던 사람이었는데... 저 때문에 상처만 받고... 흐린 날씨만큼이나 오늘은 이렇게라도 저의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제 스스로 삭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바라건데...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결혼하신 모든 분들... 곁에 있는 사람에게 후회가 남지 않게 잘 해주세요~ 앞서도 썼지만 여러분을 위해 곁에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거 정말 행복한거랍니다. 두서없는 긴 글을 쓰고나니... 아주 조금은 마음이 가볍습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마음의 말을 하고 나니 말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하여도... 그 사람을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때문에 한 남자로 태어나 너무 많은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지요. 사랑하세요.... 그리고 아프지들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