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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갓! 돌 던지지 말아주세요.
    sirius 2012/02/21 1,062
      밑에 영상 올리신분 글에 꼬리말과 주변 같은 환우들의 얘기를 듣다가 욱~ 해서 몇백자 적습니다. 그... 저는 무지무지 소심한 사람이고 겁이 많은 사람이니! 돌 던지시려거든 지금 <빽>을 해주세요! 후덜덜 ;;; -------------------- 여러분은 우리의 치료가 언제쯤 성공하여 원래의 시력을 되찾을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참 잘 보이던 어린시절부터 의사선생님이 "중학생쯤 되면 완전히 시력을 잃을겁니다"라고 하신 말 때문에 아침에 눈 뜨는것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면서 지냈습니다.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뭔가 보려고 의식할때 그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때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비장애인과 별다를것 없이 봤던 저는 지금 거울을 봐도 거울 속에 뭐가 있구나, 저게 나겠거니... 생각할정도로 시력이 매우 무지막지하게 많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작년에 병원을 간 후로는 좌절하고, 포기했죠. 어셔증후군인데다 안구진탕까지 있어서 안구진탕은 지금으로선 치료가 불가능하고, 눈도 고친다고 해도 다른사람들보다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데 게다가 귀까지! 근데! 살다보니 다 살아지더라구요. 안보이면 흰지팡이 가지고 다니면 되고, 물어보면 되고, 안들리면 주변 환경을 나에게 맞춰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하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음악을 했던 제가 느끼기에 지금 어느정도 진행이 된 상태라고 보여지는 귀! 그래서 생활하기 불편한 장애물은 치워달라고했고, 신호등도 달아달라고 했고, 오해하는 회사 동료분들에게도 안보이니 먼저 아는채 해달라고 했고, 눈이 부시니 모니터를 끄고 일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받아주셔서 지금 매우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편의점, 세탁소, 미장원 등은 이미 한번 인사를 해두고 전화번호를 따서 길을 잃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어떤 외국인은 엘리베이터에서 몇번 마주치니! 알아서 층 수를 눌러주더라구요. 장애는 아픈게 아니고, 진행은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걸 거부하면 나 자신을 거부하는게 된다고 생각하다보니 생각이 바뀌던데! 이런 저를 보고도 아직 겁이 나시나요? 태어나서 세상의 빛이 뭔지 모르는 친구들이 한 얘기를 적어보자면! 한번은 소풍을 가는데 제가 창문을 열고 "와! 하늘 진짜 파랗다"라고 하니 옆에 있던 친구가 "하늘은 어떻게 생겼어?"라고 묻더군요? 이런 질문이 올때 어떻게 대답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괜히 미안했고, 설명해주지 못해 또 미안했습니다. 하늘이 어떻게 생겼다... 설명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또 어떤 친구는 제가 "눈을 볼 수 있다면 뭘 보고싶어?"라고 묻자 "난 이대로 살고싶어. 살다보니까 보이는 사람들이 아름다운것만 보고 사는게 아닌것 같더라고. 난 이대로도 행복하니까 쭉 이대로 사는것이 낫다고 생각해!" 아! 난 참 불행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볼 수 있다는것, 봤었다는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기도 벅찬데 지금 불편하다고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작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찾으려고도 않고 살았구나... 저는 지금 행복하다 말 할순 없지만 제 상황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알려서 내 상태가 별것 아닌것으로 만들고, <내일 더 진행 되더라도 난 살아낼 수 있어. 오늘을 행복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큰 행운이 올거야!>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희망을 버리는게 아니라. 아직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면서 걱정하기보다 지금의 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것에 기쁨을 느끼고 살다보면 자연히 몸은 버텨줄거고, 행운이 찾아왔을때 더 준비된 마음으로 그 벅찬 행복을 품에 편안히 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직 아주 안보이는게 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저는 저 자신에게 주문을 겁니다. <안보이는건 어둠속에서 눈을 감고있는 느낌이라고 했어. 난 불 끄고 어디든 잘 다니잖아?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한두번 부딪히다보면 남들보다 빨리 적응해서 씩씩하게 다닐 수 있잖아? 그럼 겁낼게 없지! 하지 못하는게 뭐지? 걸을 수 있고, 말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숨쉴 수 있고, 다른이들에게 내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어. 난 한가지 부족하지만, 다른건 다 남들과 같아. 봤던 기억으로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데 뭘 겁내는거지? 니가 못하는게 대체 뭐야?> 오우! 생각해보니 저는 할 수 있는게 되게 많네요. 누군가 저에게 대단하다고 하던데 전 절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족하면 채우고 사는게 맞는거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안보이는것이 정말 큰 문제이긴 합니다. 가족으로부터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던 저는 정말 끈기 있게 가족들에게 저를 내보였고, 지금 가족들은 제가 불편한 부분들을 찾아 채워주면서 오히려 제가 어렵다고 하면 "니가 못하는게 뭐야? 해봐! 해봐야 늘지~ 거봐 잘 하면서 왜 빼고그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명절때 꼬지를 제가 했는데요. 색을 맞춰 끼우면 더 예쁘다고 순서대로 놔주고 꽂으라고 일거리를 줍니다. 설거지 빨래 음식 만드는것 심지어는 젊은 나이에 예쁘게 하고 다녀야한다며 각기 다른 옷의 색을 알려주고 외우게 해서 제가 알아서 맞춰 입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저 칭찬좀 해주세요. 안들리는데 일부러 안듣는다고 오해받고, 안보이는데 보인다고 오해받으면서 이렇게 씩씩하게 사는 저! 뭐 이뻐할 분은 없지만, 그...그래도 자랑스럽지 않나요? 헉! 돌은 내려놓으시라니깐요? 천식으로 죽다 살아났고, 피부는 약해서 멍도 잘 들고 피가 한번 나면 잘 멈추지도 않아요. 비위가 약해서 아파도 약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잘 먹던 굴이며 머...멍멍이 고기며 다 실어요 우웩! 아시죠? 제가 불쌍하다는게 아니라 저를 보고 힘내시라는 글이라는거... 저는 불쌍한 애가 아니걸랑요. 고아라고 놀림받던 어린 시절에 비해 지금은 부잣집 아가씨같다고 <퍽!> 자! 이제 아무것도 아닌게 되셨사옵니까? 아우 졸려! 이 글 쓰는데 한시간이나 걸렸어요. 말을 고르고 고르고, 혹시 내가 너무 건방졌나? 진짜 욕먹을 말은 안썼나? 몇번을 읽었나 몰라요. 근데! 하고싶은 말 다 썼더니 속이 후련해요. 아! 전 다 까발려졌네요. 난 이제 몰라요. 내일 아침에 고대기로 앞머리 이쁘게 만들고, 도시락 싸갈 생각하는 부잣집 아가씨는 이제 자러갑니다. 힘들 내세요. 아자아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