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지작 님의 글을 보니, 저와 비슷한 연배일거 같아 친구 같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답글을 남겨봅니다.
먼저, 저는 30대 RP환우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남기면 환우의 입장으로 글을 썼기에 피부에 와닿지 않으실 수 있다고도 여겨집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남겨보는건 만지작 님과 여자친구분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우선, 가족력을 걱정하시는거 같은데...
RP는 되물림 형태도 있지만, 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즉 자기 혼자만 질환이 발현되는 경우도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RP환우들은 후자쪽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가족력에 따른 빈도가 걱정이시라면...
아마도, 암이 더 큰 문제겠죠?
또한 암에 걸릴 확률도 뉴스에서 보니, 5명 중 3명이나 된다고 하고요.
암이 제대로 치료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20여년이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암 역시도 완전 정복도 아닌 상태이고요...
병상에 누워 혹은 고통 속에서 생명 연장을 위한 약물치료도 많으니까요.
이렇듯 장애는 언제 어디서든 찾아옵니다.
그게 생명과 직결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가족력에 대한 빈도가 걱정이시라면, 주변에 암환자가 있는 집들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RP는 현재 치료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만지작 님이 걱정하고, 불안해 하시는거라 압니다.
하지만, 수년내에 치료는 못 하더라도, 지연 약물은 나올거라고 예상하고, 또 발표되는 임상에서도 그렇게 보여집니다.
만지작 님~ 여자친구분 많이 사랑하신다면서요?
혹시 은연 중에 사랑을 함에 있어서 제한 조건을 두고 계신건 아닌지요?
"난 여자친구의 모든걸 사랑한다. 단,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RP환우시고, 여자친구의 앞으로의 건강이 불안하니, 그게 결혼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크고, 무한한데, 작은 부분만 왜 보려 하시나요?
님의 조카분이 장애를 가지셨다고 봤습니다.
님의 조카분이 성장하여 삼촌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불안하게 인식하고 바라본다면 얼마나 우울할까요?
장애는 선척적이든 후천적이든... 혹은 사고로 인한 것이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담을 마음의 크기만 있다면, 장애는 나눠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여자친구분을 사랑해서 불안해 하시는건지...
혹시 모를 자신의 결혼생활이 평탄하지 않을거 같아 불안해 하시는건지...
먼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RP환우인 저 역시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저의 여자친구... 저의 신체적인 약점으로 저를 답답하게 여겼을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싫은 내색이나 불안하고, 불편한 내색 한번 안 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사랑하는만큼 정안인들처럼 못 해줘서 더 미안했을 뿐이죠.
여자친구분께 상처주시지 마세요...
그리고 님의 마음에 더 솔직해 지세요~
댓글 중 어느 분 말대로, 만일 님이 반대의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만지작 님 스스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파서 힘든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이 대신 할 수 없지만...
불편한 장애는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택의 몫은 만지작 님이겠지만요.
사랑하세요...
님의 연배가 30대인거 같으신데...
이 사람이 정말 내 사랑이다 생각드시면, 사랑을 함에 있어서 제약을 두지 마세요.
사랑을 하시면서 혼자 걸어가실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직 닥쳐오지도 않은 일로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요.
제가 환우라서 제 글이 다소 설득조로 들리셨다면 미안합니다.
게시판 글에는 왠만하면 답글을 남기지 않으나, 만지작 님과 여자친구분의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두서없이 남기게 되었네요.
끝으로, 이런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