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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지금까지 4명의 척수 손상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제론은 "자금 부족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현재 임상 2상 시험이 진행 중인 항암 치료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제론의 임상시험 중단에 따라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 중인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차병원 산하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미 ACT와 공동으로 개발한 망막 질환 치료제만 남게 됐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눈에서 영상(映像)이 맺히는 망막이 유전 질환으로 손상된 스타가르트병에 대해 FDA의 미국 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며, 올 1월에는 망막 중심 부위인 황반이 노화로 손상된 노인성 황반 변성에 대해서도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올 5월 스타가르트병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론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영국 뉴캐슬대의 앨리슨 머독(Murdoch)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지 인터뷰에서 "척수 손상은 매우 까다로운 질병이라 과학이나 의학적으로 첫 줄기세포 치료제 목표로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망막 손상은 척수 손상보다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기가 쉬워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정형민 차병원줄기세포연구소장(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은 "망막 손상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고 6주면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3년 정도면 임상 1~3상 시험을 모두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국내 바이오기업인 에프씨비파미셀은 세계 최초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판매 승인을 받았다. 만약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승인을 받으면 우리나라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양쪽에서 첫 치료제 개발국이 된다.
☞ 줄기세포(stem cell)
혈액·신경·근육·연골 등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 세포다.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것을 ‘성체줄기세포’,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배아)에서 얻은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보다 분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수정란을 파괴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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