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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에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 보다
더 어렵겠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지우고 싶다
이 표정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에서 밀어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 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보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닫는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신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 까지
홀로임을 느껴야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매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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