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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줄기세포 관련 의학 소식을 자유 게시판에 공개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환우들이 미래의 치료 가능성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년 기획으로 그러한 의구심의 실체를 파악하고 정회원/비회원 구분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협회는 최근 토요일 마다 알피 부부와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매주 토요일 협회 사무실에서 가족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신청을 받도록 해볼 계획임.)
병원에서 “ 알피인데 눈이 멀게 될 것이다.” 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환우들은 혼돈 상태에 빠져들지요. 그래서 상담 차 사무실에 들어서면 일부 환우들은 이러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부터 터트립니다.
그래서 항상 상담의 초반부는 환자를 “실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안정되면,
그 다음 단계는 알피 질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병의 원인이 되는 임상/생물학적 이해를 가능하면 쉽게, 그리고 질환의 당사자가 아닌 의사들의 안목으로 찬찬히 살펴보게 하는 일입니다.
밝은 대낮보다 어두운 밤중에 두려움과 공포가 커지듯, 질환에 대한 캄캄한 무지야말로 정작 우리들의 걱정과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게 하지요. 이 같은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삶의 의욕을 꺾고 때론 실명과 싸우려는 의지를 무디게 만들어 버립니다.
상담의 다음 단계는 가족들 앞에서 알피 말기 상태의 망막 사진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질병의 추악한 모습을 정면으로 맞서 대응하게 하는 쇼크 요법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잠시동안 초반의 쇼크가 지나고 나면 그 다음은 놀랄 일도 없습니다.
아름답고 투명하게 채색된 건강한 세포 그림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안구 내의 세포 위치, 전자 현미경을 통한 세포의 모양, 그리고 광수용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체의 메카니즘까지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집니다.
물론 세포 내부에 시각 싸이클에 관련된 유전자와 알피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원인도 곁들여지는 순간이지요.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유전자들은 정상인에게도 5.3명 중에 하나 꼴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환우들은 이쯤해서 이처럼 흔한 유전자의 변이를 희귀질환이라 불리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들 하시지요. 아무튼 같이 찾아온 가족들과 배우자들도 희귀성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희석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환자 당사자나 가족들이 어려운 임상학적 또는 세포 생물학적 지식조차 없이, 알피의 질환에 대해서 알아들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것은 마치 자동차를 앞에 놓고 차가 움직이기 위해서 가솔린 엔진의 동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전기 밧데리의 화학적 반응, 배전판의 전기 배선, 엔진 폭발시 플러그의 발화시점. 차동장치의 원리 등을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식은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동차가 이유없이 멈춰 서버리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일어납니다.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사실을 듣게 되었다는 신뢰감, 그리고 가족들이 의사처럼 뭔가 노력하고 행동하고 싶다는 사명감 대충 그런 종류일 터이지요. 자동차의 내부는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운전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지는 뭐 그런 감정일까요.
이제는 환우의 얼굴에 절망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미묘한 변화가 생겨납니다. 가족 또는 배우자와 더불어 두려움과 공포가 잠시나마 물러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암흑 같은 질환으로부터 뭔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 그리고 이 정도면 치료에 대한 희망도 걸어 볼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지요.
상담을 마무리 할 쯤이면, 비로소 국제적인 연구 논문에서 효능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치료 물질들을 말해 줍니다. 그렇지만 그 물질들의 목록은 반드시 배우자나 가족들이 받아 적도록 하게 합니다. (그 이유야 여러분들이 잘 아시겠지요.)
그 치료 물질 목록 뒤에는 반드시 칼라 복사가 된 “ 예쁘고 건강한 광수용체 세포” 사진을 붙여줍니다.
여기까지 보통 상담 시간은 족히 두 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마지막 환우들이 매번 거듭하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 언젠가는 알피가 치료될 수 있는 거지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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