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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백내장과 함께 한국인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망막질환을 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하는 새 길이 열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안과 유형곤 교수팀은 서울백병원 안과 박정현 교수, ㈜제일약품 연구진 등과 공동으로 불임치료에 사용하고 남은 잉여 수정란으로부터 추출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킨텍스에서 5∼7일 열린 대한안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의 형태학적, 분자생물학적 및 기능적 분석’이란 제목으로 공개됐다.
국내 연구진이 망막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세포 치료법의 기대주로 꼽히는 망막색소상피세포 분화 유도에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병원그룹 차바이오앤디오스텍㈜도 이 분야 연구를 해왔지만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 기업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사로부터 사들인 망막색소상피세포 분화 유도 기술을 쓰고 있다.
유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망막색소상피세포를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RPE65, 베스트로핀, ZO-1, Mitf, Pax6 등의 표지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시험관내 세포실험과 생쥐실험을 통해 망막상피세포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눈의 뒤쪽에 있는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곳이다. 색소상피는 이런 망막을 바깥쪽에서 지지하는 구조물 역할을 하는데, 두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망막의 주변부에 주로 분포해 있으면서 사물의 주변부 모양을 인식하며, 특히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식별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막대같이 생긴 ‘간상세포’다. 다른 하나는 주로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란 곳에 분포하면서 사물의 색깔을 구별하고, 주로 환한 곳에서 물체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가진 ‘원추세포’다.
간상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개그맨 그룹 ‘틴틴파이브’ 출신 가수 이동우씨가 겪어 최근 관심을 끈 망막색소변성증, 원추세포가 손상되면 황반변성증이 각각 유발된다. 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는 이 중 황반변성증 치료에 이용할 목적으로 주로 개발되고 있다.
황반변성증은 ‘루센티스’라는 약물이 진행을 억제하는데 약간의 효과를 보일 뿐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는 난치병이다. 유 교수는 아직 실험실 수준이긴 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망막상피세포 분화 유도 기술의 경우 세포 치료제를 얻기까지 30일 밖에 걸리지 않고, 생산 수율도 ACT 등 기존의 기술보다 배 이상 높아 조기 산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망막색소상피세포 치료제 외에 마이크로 칩을 망막에 이식해 퇴화된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인공망막과 유전자요법으로 실명 위기 망막질환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빛을 전기화학 자극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 칩으로 이뤄진 인공망막은 망막색소변성증과 황반변성증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반면 유전자 치료는 문제의 망막색소상피 유전자를 대신할 정상 유전자를 망막색소상피에만 작용하도록 특수 장치를 붙인 바이러스에 실어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망막의 색소상피를 감염시키면서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출처] 망막질환, 배아줄기세포로 치료 길텄다|작성자 골뱅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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