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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터미네이터 '이철성'님이 사랑방에 '이번 동아마라톤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브스리 달성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리신 글을 제가 본 자게판에다 같은 제목으로 올렸던 내용을 '카멜레온'님의 글과 함께 다시 편집하여 준회원님들만을 위해 새로 제작한 것입니다.
어제 이렇게 올렸어야 했는데 제가 장애1급이다 보니 뭘좀 하려면 늘 더디곤 하걸랑요. ^^
정회원님들은 반드시 사랑방에 있는 '터미네이터'님의 글에 꼬리말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준회원님들은 꼬리말을 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저 보리수는 여러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뒤끝이 무지막지하게 오래 간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던가 말던가.. 내용이 이상해지네..
에몰라볼라불레...
제목: 서브쓰리' 란..
글쓴이: 카멜레온
날짜: 2010/11/10 11:34
보리수님이 사랑방 글을 이 곳에 옮기셨군요.
맞습니다. 이런 글은 사랑방에만 있기엔
너무 값지고 장한 일이지요.
여러분들의 이해을 좀 돕기 위해서
마라톤에서의 '서브쓰리' 의 의미를
좀 보충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Sub three' 란 의미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돌파한다는
뜻으로써,
프로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서브쓰리' 라 불리울만큼 정말 대단하고
힘든 기록이랍니다.
우리나라에 마라톤 동호인의 인구가 벌써
150여만명에 이르는 데,
이 중에 서브쓰리의 기록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불과 0.1% 정도에 지나지 않을만큼
정안인들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그 힘든
일을 우리 시각장애인 그것도 우리 알피를 가진
터미네이터(이철성)님이 해 내신것입니다.
저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으로서,
풀코스를 완주하기 조차도 힘든 일인데...
이런 기록을 내려면,
얼마나 혹독한 훈련의 과정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인지를 너무 잘 알기에...
기립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다시한번,
훌륭하고 장한 일을 해낸 우리 터미네이터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제목: 이번 동아마라톤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브스리 달성했습니다.
글쓴이: 터미네이터
날짜: 2010/11/09 21:03
2010년 서울중앙마라톤
우리는 짙은 안개속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추운 날씨는 아닌데 짙은 안개에 날씨까지 흐려 오히려 나에겐 햇빛이 눈부신것보다 눈이 편했다.
드디어 출발시간 5분전. 나는 가이드 러너와 앞쪽으로 갔다. 1초라도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서이다.
카운트다운. 그렇게 출발은 시작되었다. 나도 가이드와 끈 하나에 의지한채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위해 1 년전부터 같이 연습해왔다.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 우리는 말 한마디 없이 달린다.
나는 시각1급 청각4급인 복합 장애인이다. 어차피 달릴때 이야기 해봐야 잘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그만큼 호흡이 잘맞는것도 있고 가이드가 베테랑답게 안내를 잘한다.
우리는 물한잔씩 마셨다. 5km 간격으로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마시는 횟수로 지나간 거리를 알 수 있다. 페이스가 조금 빠르면 살짝잡고 늦으면 끈을 팽팽하게 땡긴다. 그야말로 환상의 복식조 같았다. 파워즐(에너지 공급 차원에서 먹는 젤리같은 것)을 건내면서 화이팅을 외친다.
이제 15km를 지나고있다. 달리면서 파워즐 먹는 것도 쉽지가 않다. 뜨거운 것이 입에 들어간 것처럼 한참입에 물고 있다가 삼킨다. 헉헉헉...
사실 나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에 대해선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올 3월에 열린 동아마라톤에 참가했는데 3시간 7분 43초에 완주했다. 이쯤되니 주변에서 더 기대가 컷다. 나도 은근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여름부터 체력훈련에 들어갔다. 새벽 6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과 트랙돌기.
그리고 9월에 체전에도 참가했다. 중장거리에서 4관왕을 차지했지만 기록이 좋지 못했다. 그때까지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은 기간동안 스피드 훈련에 집중했다.
두번째 파워즐을 건낸다. 아! 25km를 지나고 있구나. 우리는 일체 말이없다. 그만큼 호흡이 잘 맞는건지 아니면 둘다 고집스러운건지 나도 알수가 없다. 이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앞에 일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또 물 한잔 마시는 것을 보니 30km there vstcuponi. 이젠 다리에 힘도 빠지기 시작하고 온갖 갈등과 유혹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일단 5km만 참아보자. 거친 숨 몰아 쉬며 헉...헉....헉....
우리는 이제 7번째 물을 마신다. 풀코스 구간에서 제일 힘들다는 35km지점. 이제 정말 끌려 갈 판이다. 이놈의 가이드는 정말 잘뛴다. 내가 조금만 처진다싶으면 그럴수록 끈을 더욱 바짝 조인다. 뒤에서 갈기갈기 찢고 싶은 심정이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마디마디에 나사가 몇개 풀린 기분이다.
문득 어디선가 들려온다.
“철성 아저씨 힘내세요. 화이팅!”
“철성 아저씨 힘내세요. 화이팅!”
“철성 아저씨 힘내세요. 화이팅!”
나는 꿈을 꾸고 있는것 같았다.
아! 40km라는 푯말이 어렴풋이 보인다. 이제 물도 먹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거의 다 와간다는 안도감보다는 이렇게 뛰어야 하나하는 생각이든다.
여기저기 주변에 응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박수소리, 화이팅 외치는 소리, 농악소리 등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외친다. 이철성 화이팅! 힘내.
이런 저런 갈등과 갈등 속에 드디어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다. 이제 정말 다 왔구나! 나는 이를 악물었다. 200m남았다. 최후의 힘까지 써서 골인.
오로지 끈 하나에 의지한 채... 가이드가 와락 껴안는다. 2시간 59분 21초. 서브스리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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