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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MIG29 2010/10/06 994
      현재 32살의 남자입니다. 원래 눈이 매우 안좋았습니다. 6살때 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죠. 그나마도 교정시력은 양안 모두 0.3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25살정도까지는 0.2~0.3을 유지했습니다. 물론 야맹증이 심했고 색약도 있어서 불편하긴 했지만 견딜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30살 넘으면서 부터 책을 읽기가 힘들어지고 모니터의 작은 글씨들도 잘 안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1~2년 새에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직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쪽이다 보니 이제 일을 하는데도 너무 불편 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얼마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상태입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에 오늘 큰 안과를 찾았습니다. 사실 처음 병원 방문 목적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보일 수 있게 라식이나 렌즈삽입 같은 수술을 받고 싶어서 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교정시력이 좌0.06 우0.1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술은 어렵다고 망막과로 안내를 해주더군요. 의사선생님이 망막을 들여다보시더니 "병명은 알고 계셨죠?" "네? 전 모르겠는데요." "망막색소변성증입니다." "네? 그게 뭔가요?" 그러곤 자세한 설명은 없으셨고 일단 좀 더 검사하고 다음 내원때 설명해 주시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검사를 받고 다음 진료일 예약하고 돌아왔습니다. 눈이 많이 안좋았던터라 RP라는 병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내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다니던 병원에서도 왜 시력이 이렇게 안좋냐는 질문에 "유전이다"라는거 외엔 제대로된 대답을 들어본적이 없네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릴때부터 눈이 안좋아서 놀림을 많이 당한 탓인지 이상하게 눈에 대해서 컴플랙스가 심해서 주변 친구나 가족들에게 조차 눈이 좀 나쁘다. 밤에 좀 불편하다. 외에는 불편하거나 힘든일에 대해서 얘기해본 적도 없습니다. 집이 부자라서 이대로 더 나빠져도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던 프로그램 개발일을 계속 하기에도 불편한 상황이 왔고.. 이제부터 뭔가 해야된다는 생각은 되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더불어서 누구에게도 탁터놓고 말할만한 사람이 없다는게..제 스스로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이럴때 더 답답하고 외롭네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알릴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말을 안하고 결혼을 하기엔 그 친구에게 죄를 짓는 일이고.. 헤어져야 하나 그럼 언제? 어떻게? 머리속이 온통 이런 저런 생각들로 뒤죽박죽입니다. 제가 뭐부터 어떻게 해야되는걸까요? PS. 글을 적고보니.. 저보다 더 힘드신 분들깨는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이기적이여서 그런지.. 지금은 제 자신이 처한 상황만 보이고 힘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