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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병원을 다녀와서 속상하네요.
    liuxing 2010/09/11 974
      며칠 전 2년만에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병원에 다녀오면 기분도 너무 안 좋고 해서 잘 안 갔는데 갑자기 책이 잘 안 보여서 급히 예약을 하고 갔죠. 제가 지금 석사 논문학기라 책이 안 보이면 안 되거든요. 선생님 말씀이 지금 안 보이는 건 안구건조증이 심해져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우선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며칠 약을 넣으니 상태가 호전되는 것 같아 좀 다행인데요. 왜냐하면 제가 후발백내장이 있어서 만약 원인이 그거라면 후발백내장 치료를 해야하는데 그럼 망막이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여기까진 그래도 버틸만 했는데 2년전에 비해 눈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하시네요. 사실 나빠진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이 정도 눈으로 돋보기 쓰고 글을 본다는게 사실 놀라울 정도라고 하시는데 참 충격이 컸습니다. 또 제 진행속도가 빠르다고도 하시구요. 저 앞으로 박사까지 해서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 때까지 공부를 마칠 수 있을지 문득 무서워졌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도 제 눈 상태를 잘 아셔서 이왕 공부하는거 외국에 나가서 학위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배려를 많이 받을거라고 하시고, 의사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데.. 솔직히 자신이 많이 없어졌어요. 외국에 나가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데 잘 버틸 수 있을지, 책이 점점 더 안 보이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놓아버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해서요. 그래도 꿋꿋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런 순간이 오긴 오네요. 주변사람들은 제 눈 얘기를 하면 걱정부터 해서 말을 할 수도 없고.. 속상한 마음에 여기에 털어놓고 갑니다. 눈 때문에 연구실도 못 나가고 있는데 좀 나아서 다시 무언가에 몰두하면 좀 나아지겠죠? 저 눈 꼭 나아서 밝은 세상 보려구요. 그래서 한 백 살까지 살아보려구요. 제가 지금 26살이니깐 그 때까진 뭔가 해결책이 나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