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가입해서 글을 써봅니다.^^
지난 토요일에 렌즈 끼고 싶어서 시력검사하러 안과에 갔을 때
곁다리로 한 야맹증 검사에서 RP진단을 받았답니다.
가족 및 친척들에게서 야맹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 및 검색을 통해서 RP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대상이 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 설마가 저를 잡았을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검사 받으면서 그냥 비타민 A 부족이라고 해주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시야 검사하면서 생각보다 왼쪽눈의 시야가 잘 보이지를 않고, 의사선생님들끼리 뭐라 이야기하시더니 저더러 시신경 검사까지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겁이 버럭 났었어요.
검사 결과로는 시야협착증상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심한 편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진단한 안과 쪽에서도 자세히는 모르는 눈치라, 나중에 서울대 병원 가서 다시 검사 받으려고 해요.
지금은 벌써 담담한 편입니다. 사실은 아직 실감이 안 난다는 쪽에 속하겠지요.
지금은 아직 느끼지 못 하지만,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때 쯤이면 무서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라는 점에서,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을 조금씩 좀먹어갈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 병을 몰랐더라면,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왜 시력 검사하러 가서 아무생각없이 야맹증 검사까지 했을까 하고 저를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지금 집이 힘든 상황이라, 여기서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자기탓으로 생각하실테고, 제 걱정때문에 건강을 해칠까봐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네요.
아직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고, 저 혼자 관리를 잘 하면 말씀드려야 할 날이 더 늦춰질 기회가 생길테니까요.
여기에 가입해서 둘러보면서,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 하나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제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밀이 생기면서 그 비밀을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어요. 입 안에서 계속 맴돌기만 하고 툭 던지고 싶어지지만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고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RP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계시는 것 같아서.
아직은 멀쩡한 제 눈을 앞으로 잘 관리하자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긴 글임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궁금한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서울대 병원 검사 비용은 얼마인지 아시는 분 계시는지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제가 대려니 저기 안과에서 한 검사 비용만으로도 빠듯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