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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주 보다는 가급적 막걸리를 마십니다. 엘리베이터가 편한 줄 알지만 매번 단을 이용합니다. 자장면과 단무지는 찰떡 궁합이지만 단무지 거의 먹지 않습니다. 택시를 탈 때는 미리 지갑을 살펴서 천.오.만원을 확인해 둡니다. 건강검진시 시력측정을 할 때는 직원들의 맨 뒷에 섭니다.
우안 시력 제로(안전수지 검사:불능,안전수동 검사:감지). 좌안 시력 0.3 입니다.
허허허~~~ 공감하시죠???
40대 중후반에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 그도 천량 중에 구백량이라는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고, 속상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나를 아는 속 깊은 이들은 소주잔이 넘치면 아이쿠 정이 넘치십니다. 헉헉거리며 계단을 오르면 그러니까 건강유지 하시네요. 이거 맛있네요 드셔보세요 하면서 반찬을 옆에 놔 주기도 합니다. 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데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휴~~~
내가 혼자 힘으로 살고 있는게 아니구나!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구나!
여태, 나는 괞찮다고 자위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억지로 왜면한 건 아닌가? 내일 날에 부딫치고 넘어지고 께져도 털고 일어나 가던 길 계속 갈 수 있을까???
이제는 용기가 필요한 듯 하다. 내게 장애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당당하게 받아 들이자!!!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장애진단 서식도 받아 챙겼다.
1년에 한 번 가는 정기검사를 겸해서 병원을 방문했다. 시력측정.안압검사 후 교수님의 진찰...
망막상태는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오십시요. 아 참! 혹시 rp등록 안하셨으면 00번에 가셔서 등록하고 가시지요. 도움이 되실겁니다. 00방을 찾아 갔더니 담당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듯 하여 장애진단서 발급하는 방으로 갔다.
번호표를 뽑아 들고 기다리다 방에 들어서니 인턴인지.레지던트인지.기사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자 한분과 여자 한분이 있었고 남자분이 시력측정을 하는 듯 하며 안경을 쒸어 주었다. 안경점에 가보면 도수측정을 하기 위한 기구와 흡사했다. 우안에 측정기구를 덧 올리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평소 시력측정을 하기 위해 좌안을 가리고 시력표를 볼 때도 글자는 고사하고 시시력표 그 자체가 안보이는데....
자꾸 구멍을 찾아 구멍으로 시력표를 보란다. 아무리 눈을 굴려도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안보이세요? 예 안보입니다.
내 손으로 기구를 잡고 구멍을 찾아 보란다.
구멍이 안 보입니다.
남자 분이 기구통에서 뭘 한참 찾는다. 뒤적이며 없단다.
그때 옆에서 다른 일을 보던 여자 분이
"이사람 산동했어? 자기 손으로 잡고 보라 그래" 하더니 다가와 아버님 안보이세요? 시력 0.3 이잖아요? 라고 하는 말이 참으로 거북했다.
선생님 저 지금 오른쪽 검사하고 있었거던요.. 했더니
이거 손으로 잡고 보세요. 안보이세요?
예 안보이네요.저 시력측정 할 때 왼쪽 가리면 시시력표 전체가 안보여요. 했더니 그거하고 상관 없어요...
참으로 난감했다.이거 뭐야! 장애등급 높이려 트릭 쓰고 있다는 건가?
망막분야 종사자라면 이 환자가 어두운데 가면 사방천지 분간 못하는 걸 익히 알고 있을테고 전에 검사한 시야검사 자료도 있을텐데 뭘 자꾸 보이지도 않는 구멍을 찾으라고 하는거야...
휴---
눈에 걸쳤던 기구를 집어 던졌다.
당신 의사 맞어?
그리 구멍이 잘 보이면 여기 왔겠어?
장애진단 받는다고 사람 우습게 보여? 기본예의도 없이 이사람 저사람이 뭐야???? 제가 언제요.....
장애진단 안받어!
문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사람을 대하는 말투도 어이없었지만 전문가 답지 못한 그 상식에 정말 화가 났다. 그래도 여기가 국내 최고의 병원일진데.....
밖으로 나와 담배 한대 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인간이 덜 되었나?
받아 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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