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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여도 터치폰 쓰는 비결? ‘유니버설 디자인’ 아시나요 -신문기사퍼옴
    마시마로 2010/03/22 755
      문자·뉴스 등 음성변환 기능 국내선 아직도 의지 태부족 - 홍석재 기자 시각장애인 권순철(30)씨는 요즘 풀터치폰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매일 아침 휴대전화에서 ‘웨더채널’이란 어플리케이션으로 날씨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언론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뉴스도 꼼꼼히 챙긴다. 권씨는 짬이 날 때면 인터넷 방송을 찾아 음악을 듣거나, 문자 파일로 된 소설을 휴대전화에 넣어 ‘듣기도’ 한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권씨한테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1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사면서부터다. 아이폰이 시각장애 사용자들을 위해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라는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권씨는 처음으로 휴대전화의 연락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반가웠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이름, 전화번호)를 읽을 수 없어, 이제껏 수백개의 전화전호를 모두 외우고 다녀야 했다. 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전화기가 읽어주기 때문에 필요한 전화를 가려받을 수도 있었다. 자칫 잊기 쉬운 수많은 일정 관리가 손쉬워졌고, 비장애인들과 다름없이 길거리에서도 휴대전화로 전자우편을 확인할 수도 있게 됐다.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 기능은 특정 도구나 시설을 성·연령·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다. 휴대전화 등 첨단 장비들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따뜻한 옷’을 입힌 셈이다. 국내에는 권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이 22만명에 이른다. 권씨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도 더 편리해질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이익을 앞세워 소수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이런 도구들이 더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휴대전화 등에도 제한적이나마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돼 왔다. 일부 휴대전화는 문자 메시지나 일정을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티티에스’(TTS·Text To Speech) 기능을 갖추고 있다. 휴대전화 숫자판 ‘5’ 위에 도드라진 ‘점’도 시각장애인들의 번호키 구분을 돕기 위한 것이다. 노년층을 위해 버튼을 간소화하고, 화면 상의 글자 크기를 키우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반영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지와 투자가 태부족한 게 현실이다. 성기창 한국유니버설디자인센터 소장은 “사회적 약자들은 매출, 홍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구·개발 과정부터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업들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미래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