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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07-25 14:31]
밤눈 어둡다면, 혹시 망막색소변성증?
[ⓒ '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
SBS 주말 드라마 황금신부의 주인공으로 열연중인 이영아. 극중 그녀는 베트남 어머니와 한국 아버지를 둔 라이따이한 진주로 나온다.
억척스럽지만 발랄하고 착한 그녀가 홀로 남은 어머니를 남겨둔 채 한국행을 택한 데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가 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 얼굴을 보게 해주기 위한 것.
시작부터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5일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이태곤교수에게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 들어봤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가 광수용체의 변성과 손상으로 시작되어 대부분의 망막세포가 변성돼 망막의 기능이 소실되고 실명에까지 이르는 희귀성유전질환을 말한다.
다양한 유전형태에 의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유소아기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장기간 진행되는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5천명 중의 1명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증상으로는 어두운 곳에서나 밤에 잘 보지 못하게 되는 야맹증이 있다. 빠를 경우에는 10세경부터 야맹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또는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하게 될 경우 눈의 적응이 둔해지게 된다.
망막색소변성증이 점점 진행하면 주변부 시야가 좁아져 터널과 비슷하게 가운데만 보이는 터널시야가 되거나 영상이 희미해지고 글을 읽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이영아 어머니의 시선을 쫓아가다 보면 간혹 카메라가 흔들리거나 뿌옇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서서히 진행하며 50~60대까지 시력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합병증이 겹치면 더 이른 나이에 시력을 잃는 등 병의 경과는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망막색소변성증 가족끼리는 비슷한 정도로 병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단은 개인에 따라 다르며 심한 야맹증이 있을 때 의심하고 검사를 해 볼 수 있다. 또한 약물중독이나 감염 후에 발생하는 비유전성 망막색소변성증, 기타 다른 원인에 의해 망막색소변성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과의 구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다만, 너무 밝은 햇빛은 망막 및 수정체에 해를 줄 수 있으므로 외출 시 선글라스 착용은 망막의 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망막 변성환자들은 비타민 A나 항산화제로서 병을 지연시킨다고 하는 비타민E의 복용을 권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야확장기, 여러 저시력 보조기구 및 돋보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동반될 수 있는 백내장, 황반부종 등에 대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이태곤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치료를 쉽게 포기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통해 병의 경과를 파악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받고 여러 보조 수단을 이용하면 보다 나은 생활 및 일상활동을 누릴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안과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망막색소변성증
망막색소변성증은 진행성 망막질환으로 의학용어로는 흔히 아르피(RP=Retinitis Pigmentosa)라고 부른다. 유년기 야맹증을 시작으로 수십년에 걸쳐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시력이 떨어지다 결국은 실명에 이르는 희귀병이다. 합병증으로 백내장,녹내장,시신경 위축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국제의학계에 알려진 환자 수는 전체 인구의 0.03∼0.05%선.
국내에는 약 1만∼1만5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진 않다.
아직 특효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합병증을 부분적으로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약물 치료가 병행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유전자 치료나 인공망막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원인및 유전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일어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성,열성,반성유전 등 다양한 유전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성 유전은 상염색체(모두 22쌍) 중 한 쌍의 염색체 내 하나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따라서 성별에 구별없이 유전되며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환자일 경우 환자인 자녀가 태어날 확률은 50%이다.
열성 유전은 성별에는 관계없으나 상염색체 한 쌍 내 2개의 유전자 모두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보인자(환자는 아니지만 발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자녀가 환자가 될 확률은 25%이다.
반성유전은 한 쌍의 성염색체 중 X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때만 발생한다. 즉 환자인 아버지와 정상인 어머니가 자녀를 낳으면 딸은 모두 환자가 되지만 아들은 모두 정상이다.
대부분 3가지의 유전성향을 보이지만 가끔씩 전혀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돌발성’인 경우도 다수 있다.
◇예후 및 진단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10세 전후에 야맹증이 있는 자녀의 경우 정밀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잘 찾지 못하거나 화장실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화장실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면 이 병의 초기증세인 야맹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밤에 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갈 때 혼자가 아닌 부모의 손을 잡고 들어가거나 들어가면서 무언가 의지하려 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한다.
또 지하강당 등에서 길을 잘 찾지 못하거나 극장 안에서 손짓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실로암안과 주영광 전문의는 “유년기 때 야맹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나중에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면서 “자녀들이 어린나이에 야맹증 증세를 보이면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료
완치제는 없다. 병의 진행에 따라 동반되는 백내장이나 녹내장 수술 등 부분적인 치료 혹은 비타민 요법 등 병의 진행을 다소 늦추는 약물치료가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안 된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인공망막이나 유전자 치료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인공망막 연구는 마이크로 칩을 망막에 이식하여 퇴화된 간상세포와 추상세포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 미국,독일 등에서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 안연구센터에서 인공망막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시험 단계는 아니다.
유전자 연구도 국내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 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 20∼30개를 발견하고 유전자 데이타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성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서울대병원 안과 유형곤 교수는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유전자 치료지만 아직 동물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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