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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답 합니다.
    sop 2008/06/21 785
      굉장히 무겁고 답답한 기분이에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친한 친구에게 이멜을 할까, 찌질한 일기를 함 써 볼까, 그러다 갑자기 이곳 생각이 났어요, 왜인진 모르겠지만요. 가입은 꽤 오래전에 했는데, 댓글이나 가끔 달고 그랬어요. 불량회원이죠.; 전 올해 대학을 졸업했어요. 잔존시력은 뭐, 그냥 혼자 걸어다닐 정도고요. 그렇다보니 대학 다니는 내내 참 열심히는 했지만, 전공분야로의 진출은 정말이지 너무 불합리해 보일 정도로 자신이 없더라고요. 전공분야도 사실 전문성이 강한 것도 아니었고요. 전공자들 개개인이 또 노력해서 개발하고 그래야 하는 분야였는데, 사실 입학때부터 전공엔 흥미가 없었고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해야겠단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어요. 클래식 음악 공불 할 거라서, 음대에 정식으로 진학해서 새롭게 하고 싶던 공불 시작하려고요. 그런데 참 힘드네요. 사실 음악 공부는 너무 즐거워요. 하고 싶던 공부하려고 레슨받고 연습하며 지내는 나날이 넘 즐겁고 행복해요. 너무 어렵고 예상보다 몇배는 안되지만요.ㅎ 그런데 음악 외적인 것이 너무 힘들게 해요. 수능 준비만 해도 그렇더라고요. 일단 시험을 보는 방식에서부터 평가원과의 협의과정도 좀 지겹단 생각들 정도로, 저 그런 거 신경쓰기가 너무 싫단 느낌에 기분까지 우울해 지더라고요. 알피는 중도실명이잖아요. 그렇다보니 점자로는 시험을 치를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확대기로라도 읽어서 풀자니 진짜 시간이 말도 안되게 오래 걸려서 그러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언어랑 탐구시간에 전맹들에게 제공되는 음성자료를 받아서 보려는데, 황당하게도 그 자료가 언어같은 경우는 시험시간을 초과하기도 하고요. 논스톱으로 들으며 풀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점자를 읽는 게 아니라서 1.5배로는 시간을 줄 수가 없대요. 이 문제로 봄에 기분이 정말 나빴어요. 재학생도 아니고 학원엘 다니는 것도 아니라 모의평가도 한번 제대로 못보고 실전 치르게 생겼어요. 뭐 예체능이라 수능에 크게 신경 안쓸 수 있다지만, 선택해서 안하기로 하는 거랑 여건이 허락지 않아 못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잖아요. 생각할 수록 우울해 져요.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별일 다 있고, 이렇게 일반적이진 않은 조건으로 살면 그런 별일도 더 많고 질곡이 덕지덕지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 언제나 "별 거 아니다, 까짓 거 지났을 때도 별 거로 남는 일 봤더냐?"며 씩씩하게 무시해 치우려고 하는데, 오늘처럼 집에서 침착하게 쉬는 날이면 잡념 속에서 너무 아프게 하는 것들이 막 튀어나오네요. 추린다고 추렸는데 넘 주절주절 하네요. 아..정말 너무 답답해서요. 오늘따라 유난하네요.. 날씨도 우중충해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