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 인공 망막의 허와 실,,, (하)
    죠나단 2008/06/11 941
      셋째 - 입체 화면처럼 보여질 수가 없어,,,, 위에서 제가 평면 텔레비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망막의 광수용체 윗쪽에 존재하는 쌍극세포 (Bipolar-cell) 층이나 수평세포 층에는 놀라운 생체학적 기능이 수반됩니다. 이들 세포층들은 밑에서 광수용체가 올려 보내는 시각 정보를 받아서, 그냥 위로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옆에 존재하는 동료 세포들과 정보를 주고 받으며, 시각의 이미지를 조절하고 심지어는 입체감까지 부여하기도 하는 등 고도의 정보 처리 능력을 발휘합니다. 다시 말해서 광수용체 층에서 올라오는 시각 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 내 정보는 앞쪽에 있다.” 라든가, 다른 세포에서 올라오는 “ 시각 정보는 약간 뒤쪽에 있다. ” 라는 식으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 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처리 결과로서, 우리가 보는 이미지가 평면으로 보이지 않고, 그나마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러한 세포 상호 작용에 따른 분석 능력 때문이라 하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처럼 자연산 생체의 망막 세포들은 수 억개의 픽셀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복잡하고 놀라운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공망막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여도, 쌍극세포 또는 수평 세포와 같은 추가적 정보 분석 기능을 모방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만일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인공망막으로 만들어진 시각을 믿고, 계단을 함부로 내려가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리라 생각됩니다. 넷째 - 칼라 텔레비처럼 색상을 구분할 수가,,,,, 언젠가 수 십년이 지나서 10,000개의 광다이오드를 집적한 최첨단의 인공망막이 개발되었다고 합시다. 이때는 가로 100개와 세로 100개를 갖춘 모눈종이처럼 만 여개의 흑백 퍼즐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인공망막의 이미지도 정교해 질 것입니다. 물론 이 정도라면 혼자 거동하는데 크게 불편함도 없을 것이고, 시야표 상의 아래 줄까지도 욕심낼 만 하지요. 그러나 칼라 텔레비처럼 색상까지 인지하는 인공망막이 나오려면, 아마도 우리 세대가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섯째 - 인공 망막의 허와 실 그동안 인공망막은 알피의 치료책으로서는 가장 일찍부터 제안되어 왔으며, 미국을 비롯하여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자금이 투자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공 심장이나 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인공 와우 등과 같이 생체 의공학의 발달이 필연적으로 인공망막의 개발에 도전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피를 펌프질 하거나 음파를 진동으로 감지하는 청각 기관에 비추어, 생체 망막은 위와같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감히 인간이 흉내 내어 만들기에는 애시당초 무리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인공 망막이니 생체 안구라는 말이 우리의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면서도 실상은 여타 생체 보조기구에 비하여 한계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인공 망막” 이나 “생체 안구”와 같은, 언론의 과장된 용어가 육백만 불의 사나이와 같은 부풀려진 기대를 낳게 했고, 그래서 협회 사무실로 기대 이상의 문의 전화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재의 인공망막은 완전 실명 상태에 있는 알피 환우들에게 최소의 흑백 시각을 부여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합니다. 문의해 오신 바와 같이, 시각이 조금이라도 살아있는 중기 환우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오히려 늦었지만, 그래도 잔존 시력을 잘 보호하는 길이야말로, 첨단 인공망막 보다 나은 최선책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저는 인공망막을 외국의 일부 깨우친(?) 언론들이 말하는 “ 망막의 보조 장치 -Retinal Prosthesis-” 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알피 치료책으로서가 아니라, 실명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최후 수단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가 혹여 인공망막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인공망막은 현재 임상 2차가 진행 중에 있어서, 어쩌면 조만간에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이고 말기 환우들에게는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 합니다. 또한 앞에서 지적하였다시피, 집적도를 높힐 수 있는 한, 그만큼 개선의 여지도 많고 우리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이미지를 제공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섯째 - 앞으로의 전망 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인공와우와 더불어 구체적으로 인공망막 개발이 시작된 것은 아마도 1990년도 쯤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가장 많이 투자되고 연구해온 분야이기에 그 성과야말로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비록 늦게 시작되었지만, 분자 생물학이나 세포 발생학 등과 같은 학문의 발달로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훨씬 우수한 치료의 대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예를들어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기술은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협회가 전하는 소식 대부분이, 죽어간 세포를 다시 살리는 치료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최근 추세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때 이처럼 인간이 생체 공학적 수단으로 망막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최선의 대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오늘날 줄기세포나 세포 자체 내의 자발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죽어간 세포를 살리는 기술이 개발된 이상, 앞으로 양자 간의 기술 경쟁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저는 완벽한 치료를 위하여 후자를 응원 중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자의 경우, 머리에 특수 안경을 쓰고, 허리에 콤퓨터가 내장된 벨트를 차야 하고, 망막에 칩을 심어야 하며, 무선으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하여 귀 옆쪽을 뚫어 안테나를 장착해야 하는 등 상당히 복잡하고 기분조차 썩 내키지가 않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보조 공학적 후자 방식보다는, 주사 몇 방으로 죽어간 망막을 복구하는 생물학적 방식이 훨씬 매력적이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요. 집적도의 차원을 넘어서, 한꺼번에 수천만개의 광점을 살려내고 망막의 색상마저를 복원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제가 추측하건데, 전자의 방식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기에 의해 신경세포를 연속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어서, 그나마 살아있는 세포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러해 인공망막을 사용할 경우, 혹시나 전기적 자극으로 인해 신경 세포에 변형이 오거나 세포 조직에 좋지 않은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이러한 세포의 변형이 초래 된다면, 나중에 줄기세포와 같은 우수한 치료 기술이 나왔을 때, 인공 망막을 시술한 환자에게는 줄기세포에 의한 추가적인 시술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인공망막이나 세포 재생학적 치료 기술들이 동물 시험을 끝내고, 이제는 인간의 임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시대의 행운입니다. 그리고 치열한 양자 간의 기술 경쟁은 우리에게 치료 기술의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더운 여름철에 몸 건강하시고, 2008년 여름 켐프에서 밝은 모습으로 만나뵙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