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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서 유전자 바꿔 시력 회복 개가
기사입력 2008-04-28 18:08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를 이용해 희귀 선천성 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빛을 되찾아 주는 데 성공했다.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27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질병 치료의 커다란 진보를 이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볼턴에 사는 18세 소년 스티븐 호워스는 ‘레베르 선천 흑내장(Leber's congenital amaurosis)’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RPE65라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생기는 병으로 망막이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돼 20대 후반이면 대부분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영국에서만 유전적 요인으로 이 병을 앓는 사람이 8만명에 이른다. 호워스는 자동차 불빛 정도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고 조만간 시력을 잃을 처지에 놓여있었다.
영국 런던대학과 무어필즈 안과병원 의료진은 호워스의 망막에 정상적인 RPE65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주사했다. 2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세포 인근으로 실어나르고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호워스의 시력이 나아져 도로의 균열이나 표지판 따위를 구분할 정도로 향상됐다. 다른 2명의 환자도 같은 수술을 받았지만 증세가 조금 완화됐을 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19세에서 26세 환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환자 한 명의 증세가 약간 완화되는 효과를 얻었다. 양국 의료진은 27일 뉴잉글랜드메디컬저널에 상세한 과정을 소개했다.
의료팀을 이끈 런던대학 로빈 알리 인간분자유전학 교수는 “이번 실험은 지금까지 치료 가능성이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의 길을 연 것”이라며 “2~3년 내에 의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을 집도한 무어필즈 병원의 제임스 베인브리지 박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가 증명한 것은 유전자 치료가 특정 유전 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실험이 기적이라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유전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도”라며 “15년간 실패해왔던 유전자 치료 분야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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