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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이 망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바다의별 2008/02/02 1,013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29 이성진 교수 칼럼 중에서 내용이 길어서 일부를 발췌 요약정리했습니다. 올해는 금주, 금연하는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 <술이 망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이성진 교수 한국은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2003년 조사를 보면 전체 술 소비량을 경제활동인구(15세-64세) 3,400만 명으로 나누었을 때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소주 82병, 맥주 120병, 위스키 1.9병이라고 합니다. 2004년 보건복지부가 흡연인구 1천80만 명을 감안하여 추산한 1인당 담배소비량이 9천760개비(488갑, 하루 1갑이 넘습니다.)라는 소식과 함께 한국은 술과 담배의 나라처럼 보입니다.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술이 뇌혈관장벽(BBB, Brain Blood Barrier)을 통과하여 들어감으로 뇌 조직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은 흥미롭게도 정신약물학적 분류에서 사람의 기분을 올려주는 물질이 아니라 떨어뜨려 우울하게 만드는 물질에 속합니다. 술의 주성분인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은 마취성분이 있는 물질로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음주는 서서히 뇌세포를 파괴시켜 기억장애나 치매를 일으키고 인격장애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강력한 에틸알코올 성분은 대부분 간에서 해독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에틸알코올과 만난 간세포는 손상을 입게 됩니다. 손상을 입은 간세포로 인해 다른 영양소의 대사기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산화되지 않는 지방성분이 간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간은 지방간이 되고 간경화로 변하며 심지어는 간암에 이르게 됩니다. 또 위염, 위궤양, 췌장 세포의 파괴, 폐, 심장질환, 고혈압, 근육과 관절의 손상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술은 눈 특히 망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별로 활발하지 않지만 그 중에 4개의 관련 논문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논문은 부화를 앞둔 계란(배아, embryo, 사람의 태아에 해당)에 알코올을 소량 주사했더니 망막의 모든 세포들이 손상을 입었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산모가 술을 마셨을 때 아이에게 눈의 이상을 포함한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alcohol syndrome)이라는 기형 장애가 나타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Tufan, Reprod Toxicol 2006 Sep) 두 번째 논문은 원숭이에게 술을 마시게 한 후 망막에서 나오는 전기반응을 검사했더니 반응이 떨어졌으며, 망막을 포함한 신경세포의 기능에 꼭 필요한 DHE(docosahexaenoic acid) 성분이 감소하였다는 내용입니다. (Pawlosky, Alcohol Clin Exp Res. 2001 Dec) 세 번째 논문은 20명의 지원자에게 술을 마시게 한 후 눈앞에 빛을 번쩍인 후 뇌에서 나오는 전기파를 검사하는 시유발전위검사(VEP, visual evoked potential)한 것입니다. 이 검사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과 뇌의 연결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망막의 시세포 중에서 막대세포(rod cell, 명암을 담당하는 세포)가 뇌로 연결된 길이 손상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Resende, Electromyogr Clin Neurophysiol. 2001 Sep) 네 번째 논문은 사람을 대상으로 술을 마시게 한 후 망막의 시세포 중에서 원뿔세포(cone cell, 색을 담당하는 세포)의 전기반응을 검사했더니 그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내용입니다. (Pearson, J Stud Alcohol. 1999 Nov) 이러한 논문들의 결과는 망막에 대한 술의 좋지 않은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나쁜 화학물질이 들어왔을 때 뇌를 절대 통과하지 못하도록 든든한 뇌혈액장벽(BBB)이 있는 것처럼 눈에도 망막혈액장벽(BRB, blood retinal barrier)이 있습니다. 그러나 술이 뇌혈액장벽을 통과하여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망막혈액장벽도 통과하여 망막에 있는 시세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가능하게 해 줍니다. 우리나라는 술 소비량 2위에 걸맞게 술에 대해 사회적으로 매우 관대한 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대함이 우리 개개인의 몸과 눈까지 미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온 몸의 등불과도 같은 우리의 눈은 젊을 때 한 두 번의 잘못된 관대함으로 인해 50세 이후가 되면 심각한 실명의 위기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보석과 같은 젊은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어른들이라면 자신의 몸을 술로 손상시키고 있는 우리의 젊은 아들들을 술이 삼키지 않도록 교육하고 지도해야 합니다. 또한 망막박리나 중심성망막염이 있었던 분들, 그리고 당뇨나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인해 망막에 합병증이 있는 분들, 근시로 인해 망막이 얇아져 있는 분들, 그리고 50세 이후에도 망막의 시세포들을 잘 관리하여 좋은 시력을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은 금주하시기를 권합니다. 에틸알코홀로 마취가 되었던 세포들이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순간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욱 건강해지고 밝아질 것임을 확신합니다. 2007/08/25 [17:39] ⓒ후생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