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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을 꼬박 새워 걸었습니다.
    범빵 2007/11/05 685
      요즘은 지난 여름 캠프때 진달래님이 추천해 주신 "성취심리"라는 책을 한참 읽고 있습니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이 책은 목표를 갖고 도전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첫머리에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는 평소하던 체력관리의 강도를 좀 더 높혀왔습니다. 카가, 앤님이 국화를 즐기는 동안에도 부지런히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하였지요 더뎌 도전의 날은 밝았습니다. '경주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신라의 달밤 165리(66㎞) 걷기대회"의 한가운데 나의 몸을 던져 보았습니다. 11월3일 오후 5시쯤 부산을 출발하여 경주에 도착하여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저녁 8시 출발을 알리는 징소리에 맞추어 약 3,000명중의 한 일원이 되었지요. 황성공원에서 출발한 참가자들은 시내를 가르는 형상강을따라 걷다가 보문호를 돌아 추령재를 향했습니다. 경주시내를 벗어나자 모두들 밤하늘의 별들을 얘기하였으나, 나의 눈은 앞서 가는 참가자의 야광불빛만, 나의 손은 오직 옆에서 같이 움직여주는 지팡이에 얽매였습니다. 추령재까지는 26㎞, 시계는 밤 1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보리떡과 된장국물이 야식으로 제공되었습니다. 5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 온 셈이었습니다. 스스로 지팡이가 되어 주겠다고 큰소리쳤던 녀석(?)은 자신의 체력관리를 위해 나를 헌신짝처럼 팽~했습니다...흑흑 새로 구입한 지팡이는 42.195㎞를 3시간30분이내에 주파하는 고급 에쿠스였고, 나는 지팡이의 에너지 소비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지팡이의 귀에 대고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였습니다...우리들의 가정사, 사회상, 국가와 세계의 미래의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얘기에서 부터 지난날 겪었던 개인적인 에피소드까지... 추령재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나의 지팡이는 35㎞라는 표지판이 있다고 내게 말해줍니다. 곧 이어 나타난 장항3거리에서는 조금만 더 가면 맛있는 꿀차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힘을 내라고 행사주최측에서 격려를 해 주지만, 그러나 그 때부터는 또 힘든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와 나의 지팡이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힘이 들면 들수록 말 수는 순식간에 줄어들었습니다. 둘은 장항사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을 꿀차 한 잔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내 몸무게보다 몇배나 무거운 다리를 끌어당겼습니다. 장항사 인근에서의 굴차 한 잔은 쌓인 피로를 모두 씻어주진 않았으나, 또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본격적인 자신과의 1차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머릿속에 염력을 불어넣어면서 "힘들고 아픔은 내 맘속에 있는 것이다. 절대 지쳤다고 생각하지 말자,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고 자꾸 외쳤습니다. 이제부터는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 주차장을 향하여 끝없는 오르막길을 가야만 합니다. 배낭에 매여 있는 앞뒤의 파란, 빨간 형광불빛이 자꾸 줄어들고, 그 줄어든 숫자만큼 주최측의 순회차량은 중도 포기자들을 쉼없이 실어 나릅니다. 앞사람의 배낭에서 달랑거리는 형광불빛과 나와의 사이에 있는 공간은 모두 천길 낭떠러지인 것 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가끔 나의 지팡이에게 "지금 걷고 있는 길 옆이 모두 낭떠러지가 아니냐"고 물어 봅니다. 나의 지팡이는 친절하게도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옆은 아픔다운 숲으로 이어져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나는 자꾸만 무엇이라도 보기 위해 애를 쓴 댓가로 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었고, 그 결과 고개의 뒷쪽 등과 맞닿은 부분이 너무나 아파움울 느낍니다. 둘은 또 말이 없이 발자욱소리 옷스치는 소리만 들어면서 뚜벅뚜벅 걷습니다. 나는 토함산 주차장에서 보급될 맛있는 시락국밥을 머릿속에 상상합니다만 나의 지팡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새벽의 토함산은 정말 추웠습니다. 배급받은 시락국밥을 소주한잔과 함께 삼킵니다. 한잔이 모자라서 연거푸 두잔을 들이킵니다. 그 맛이 잠을 자지 않고 40㎞이상을 걸어온 자 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전망좋은 무릉도원의 최고급식당에서 스페셜매뉴을 시켜서 최고급 양주에 금가루를 부어 넣은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토함산의 메서운 찬바람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하여 대기중인 버스에서 몸을 녹이는데,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출발을 독려합니다. 하산은 불국사를 향한 등산로였습니다. 나는 잠시 망설임을 갖습니다. 하산길은 계단이 즐비한 좁은 등산로로써 새벽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는 지금의 깜깜한 밤에 하산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너무 위험한 길이었고, 약 1시간30분만 지나면 동이 틀 것이고 동이 트면 나의 지팡이의 의존도도 조금은 가벼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지팡이는 걱정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기댈것을 권유합니다. 나의 지팡이는 일일이 나에게 일일이 말을 합니다. "앞에 계단 3개 있습니다. 조금 넓은 계단입니다.", "앞에 턱이 있습니다. 발을 조금 높이 드세요" "앞에 계단이 많이 있습니다. 계단, 계단, 계단, 계단....." 행여라도 잘못 디뎌질까봐 나의 지팡이의 팔에 힘들 들어감을 느낌니다. 뒤따라 오던 다른 일행들이 추월을 합니다. 어떤 이는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격려(?)를 합니다. 그것이 정말 격려의 말이었다면 내가 아니라 나의 지팡이에게 한 말이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불국사 정문앞에서는 세번째 도장을 받았습니다. 모두 5개의 도장을 받아야만 완보증과 기념메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지팡이는 불국사 경내를 통과하는 기분이 넘 좋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새벽에 스님들이 경내를 모두 깨끗하게 빗질을 해 놨는데, 그렇게 빗질된 길을 아무도 지나간 자욱이 없어 처음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국사를 통과하여 한참을 내려오니 이제 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나의 시야에도 나무와 숲, 건물과 길이 분간되고, 앞서가는 사람, 아침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조금 더 가서 나는 이제 나의 지팡이와 이은 끈을 풀어 놓습니다. 이직까지 중심시력이 살아있는 나는 혼자서도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햇벝이 또 다시 시야를 가리기 전까지는 우리 환우들이 제일 잘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것을 되새기면서 걸음에 속도를 붙입니다. 어찌나 빨리 걸었던지 그 동안 앞서가던 일행들을 따라 잡았습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외쳤답니다. "야~ 이제 내세상이다!!!" 그들은 그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습니다. 도로가의 인도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들판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잘 익은 벼들이, 장한 우리를을 존경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만 우리들은 그들의 존경심에 걸맛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모두들 나와 같은 3등급 이상의 지체장애를 가진 모습들로 지나갈 뿐입니다. 들판과 강둑길을 벗어나니 55㎞라는 표시와 함께 막걸리 한잔씩을 마시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 막걸리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마지막 간식인데, 안주는 바나나였습니다. 1인당 하나씩 배부되는 바나나기 모자라서 나는 한개를 더 달라고 했습니다. 한개 더 먹는 사람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농을 하길래, 지금은 돈이 없고 내년에 참가할 때 따블로 드리겠다고 하였더니, 그렇게는 안되고, 오는 12월 32일까지 갚아야 된다고 하면서 두개든 세개든 더 먹어라고 합니다. 화랑대를 지나고 첨성대 안압지 앞을 지나서 천마총을 통과합니다. 모두들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할 수 있는 곳을 우리들은 공짜로 볼 수 있는데도, 그 누구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구경을 하지 않고 지나칩니다. 다섯번째 마지막 도장을 찍으면서 물어보니 이제 남은 거리는 약 3㎞라고 합니다. 이제 마지막 고비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63㎞에 비하면, 왜 못가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상처투성이인 몸에서 3㎞를 더 걸을 에너지를 얻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나는 또 도장을 찍어주는 진행요원에 농을 겁니다. '이제 도장도 다 찍었으니 택시타고 가면 되겠네'라고 하니 '에이...농담도..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대꾸한다. 나는 나의 양심이 살아있음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는 당초 출발지인 황성공원으로 향앴습니다. 정확히 오전 10시...어제 저녁 8시에 출발하였으니 꼬박 14시간을 걸은 셈이었다. 완보증과 메달을 받고 기념사진 한장 찰칵! 나의 도전기는 이렇게 해피 앤딩이었습니다. 환우 여러분 도전하십시오. 도전을 하려면 목표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궁수가 명중을 하기 위해서는 과녁이 있어야 하듯이.... 목표를 설정하는데는 현실의 장애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현실의 장애를 생각하면 목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지요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모두 홧팅합시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