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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 나르기..
    카가 2007/06/15 684
      안녕하세요. 카가예요.. 오늘은 날씨가 아주아주 시원하네요..조금 서늘할만큼.. 어제 친구랑 놀다가 밤10시쯤 집에 왔더니 경비실에 우리집 호수로 누가 물건을 맡겨놓았다고 하더군요.. 남편이랑 같이 찾으러 갔더니 경비아저씨가 아주 무겁다는 시늉을 하며 뭔가를 주시더군요.. 울 남편 아무 생각없이 커다란 마트봉지를 받아들더니 윽~ 하는 신음을 내며 받아들더군요.. 음..뭘까...집에 올라와서 보니 양파였습니다.. 며칠전 시댁식구들이 모인자리가 있었는데, 형님댁에서 1사1촌으로 양파를 샀는데 무진장 많다며 나누어 주겠다고 한적이 있었답니다.. 그 양파가 아마 이 양파 인가보다 하고...한동안.. 양파를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울 두식구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양파를 이리도 많이 주시나...이게 김치도 아니고 쌀도 아니고... 오랫동안 보관도 안되고....참...난감하더군요.. 참...배란다에 양파를 하가득 풀고 하나하나 세어보았습니다. 평소에 숫자세기를 좋아하는지라 ㅋㅋ 모두 47개 였습니다.. 크기는 아주 특대사이즈...거짓말보태서 애기 머리만한 양파.. 저 혼자서는 도저히 들수도 힘든.....크..... 뭐..마땅히 주위에 나눠 먹을 사람도 없고 해서 우선 생각나는 사람이 친정엄마였지요.. 그래서 하루자고 오늘 점심때쯤 엄마께 전화를 했지요 -엄마 양파가 많은데 좀 가져가- -뭐?양산??- -아니..양파.양파!!- -양파? - -응- -다마네기?- -푸하하하..응 엄마 다마네기 맞아- 일본말로 양파가 다마네기 라고 하지요... 이러쿵 저러쿵 상황설명을 했더니..오늘도 시간이 안되고 내일도 안되고 모레도 안되고.... 그러길래 일단 알았다고 전화르 끊고 생각을 했지요.. 좀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들고 가야겠다는 결론이 났어요.. 오래 둬봤자 소용이 없으니... 그래서 동생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야, 우리집에 와- -언제?- -지금...양파 들고가야해- -왜 지금이야? 무슨 양파?- (친정에서 울집까지는 버스타고 지하철2번타고 1시간30쯤 걸리거든요..ㅋㅋ) 그래서 또 상황 설명을 했지요... 참..그 양파 사람 피곤하게 하더군요.. 결국 동생이 오기로 하고 열심히 동생이 올때를 기다렸지요.. 거참..올시간이 됐는데 전화를 하니 받지도 않고... 밖에 잘 안 나오는 동생이라 걱정이 좀 되더군요.. 참고로 동생도 알피입니다... 그렇게 시계를 보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동생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누나 물만골 역이라는데...방향이 맞아?- -허걱..반대야...너 어디로 간거야?- -글쎄 늘 타던데로 탔는데 왜 반대야??- -에구..반대로 다시 타야해..- -응 알았어..오늘 이상하게 뭐가 잘 안되네..- -잘 찾을수 있겠어?- -응 다행히 표 안내고 연결이 되네...기다려 갈께- 전화를 끊고 맘이 아팠습니다.. 괜히 오라고 했나...양파야 썩든말든... 애꿎은 동생이 고생을 하는건 아닌가...ㅠㅠㅠ 그래도 길 잘못 들어 헤매는 것도 경험이려니.. 기다렸지요.. 30분정도 지나자 동생이 도착을 했습니다.. -누나 엘리베이터 버튼 12층이 위에서 4번째 아냐?- -맞아 왜?- -분명히 4번째 눌렀는데 11층이라잖아- -ㅋ 니가 잘못 눌렀겠지..- -에그..오늘은 왜 이렇게 되는게 없어?- 음...또 안쓰럽더군요... 솔직히 저도 엘리베이트 탈때마다..버튼 줄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곤 하는데...참..알피가 고달파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동생이 도착한 시간이 5시가 다 되었는데.. 친정까지 다시 가려면 1시간30분정도 걸리니.. 또 바로 가야 했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흐리기에 어둡기전에..빨리 가야했지요.. 남편한테 2박3일의 휴가를 얻어 저도 친정에 가기로 했답니다.. 목적인 양파를 동생에게 보여 줬더니..말이 없더군요.. 들어보라고 했더니.. -뭐..좀 무겁네...음...뭐..이쯤이야...- 하더니 생각을 잠깐 하더군요 -가방 없어?? 차라리 어깨에 메고 가는게 좋겠어- 라고 하더군요..음..확실히 그게 더 좋을듯... 열심히 배낭을 찾았지요..그 가방에 양파가 딱 들어가더군요.. 동생에게 배낭을 메게 했습니다.. 휘청~~ ㅋㅋ 순간 뒤로 휘청하더니 중심을 잡더군요.. 한바탕 웃었습니나..그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렇게 15분쯤 걸어서 지하철역에 도착했지요.. 겨우 가방을 벗어 바닥에 놓고...지하철 갈아타고.. 내려서 가방메고 버스타고..또 내려놓고.. 버스 내려야 하니..또 가방 메고...ㅋㅋㅋ 그렇게 친정에 다달았습니다.. -야..근데 집에 밥 있어??- -아니..누나 밥 없어..- -밥 해서 먹긴 시간이 좀 그렇다 먹고 가자- -뭐?? 이 양파를 메고??- -응...좀만 더 고생해..- 그리고 분식점에 가서 저녁 해결하고 집에 왔습니다. 양파 풀어서 배란다에 내려놓고...전 목적 달성에 아주 뿌듯하게 양파를 쳐다보며 미소 지었지요.. 동생과 같이..목적을 이루었으니...ㅋㅋㅋ 근데 막상 저녁에 엄마가 오셔서 그 양파를 보시더니.. - 음 그래..- 하고 넘어가는거였습니다.. 실망..허무함...헉... 그렇게 동생이 힘들게...어럽게 양파를 날랐는데.. 엄마는 별로 하나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엄마께서 하시는말.. -요즘 양파 싼데...집에 있는 저거 2.000원치야.- -저 많은게??- -응..우리동네 요즘 다 저렇게 하는데...저거 다 뭐해묵노??- 하시고는 양파에는 신경도 안 쓰시더군요... 제가 갖고 온 양파외에 많은 양파가 있더군요. 삐졌습니다.. 울 남편 전화와서 그러더군요.. -어머니 양파 보고 좋아하셔?- -으으...그럼 좋아하시지..꽁짠데....- 하고 거짓말 했습니다.. 오후 내내 왕복 3시간 넘게 고생한 동생한테도 좀 미안해졌습니다.. 엄마가 차가지고 양파 가지러오길 기다릴걸... 에휴....내일 양파나 볶아 먹어야겠습니다.. (여기 친정 컴퓨터가 익숙치 않아 글쓰기가 힘드네요 좀 이상하네..글이 이상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