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두번째 글 올리셨네요.
제가 그때만 해도 상태가 매우 양호했던지라 두분의 모습이 거의 정확하게 기억이 납니다. 인사동 찾집에서 출입문 가까운 곳에 앉았던 위치도 부인의 머리스타일도 다 생각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궁금했었답니다.
그 날 충격을 받았다고 하셨지요? 부인보다 상태가 나쁜 어리디 어린 젊은이들을 보았으니 그랬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약간은 놀라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한번 충격은 받는 것 같습니다. 그 충격을 받고 나서야 현실도 직시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도 판단하게 되지요.
저는 인사동에서 약간 놀랐지만 정말 놀랐던 것은 발기인 모임에서 였습니다. 그래도 인사동은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발족하는 날 저는 거의 시력을 잃으신 분들이 흰지팡이를 짚고 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소에 모이면서 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놓인 화분을 깨뜨리고 하는 모습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일단 한번 보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더 놀랄 일도 없고 서서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력을 다 잃고도 즐겁게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태가 괜찮은 편인데도 세상을 곧 하직할 듯이 절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선명히 보이더군요.
부인과 함께 나오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는 다면 억지로 그럴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서라도 나오시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어두어져가는 현실을 슬퍼만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재활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접하시면서 다시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부인을 도와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회가 있으면 꼭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끔씩 생각했었답니다. 인사동 그 찻집에서 만났던... 내가 세상에서 나를 빼곤 처음 만난 다른 RP 환우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서두르지도 말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씩만 천천히 다가오시기 바랍니다.
어느순간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릴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