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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문정희 시인의 詩<고독>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의 사나이처럼
가는 모가지 위에 여윈 얼굴을 얹고있는
고독이라는 초상,
혼자 흘러와...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그 깊이를 살아야 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生을,
황야처럼 넓은 生을,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이 바로 고독이 아닐까요.
인생이 고독하기로...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질까요.
한 낮이 가는 것을 흔적조차 없어진다고,
온 몸이 깨어진다고...
얼마나 힘들고, 아프면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는 듯한,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를 상상해 낼 수 있는지...
사람 사는 길, 그 두려운 깊이를 쓸쓸하게 일러주는 그대,
겹겹이 어둠으로 나를 에워싸고,
춥고 적막한 지하의 밀실로 끌어들여
황량한 광야에 홀로 서 있게 하는 그대,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단 하나의 친구,
그대여!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 시계추의 무게 *
추가 달린 커다랗고 낡은 시계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시계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성실하게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날 물끄러미 시계를 바라보던 시계 주인은
‘낡은 시계에 저렇게 무거운 추를 달아놓는 건 좋지 않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추를 떼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시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계는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의 무게 때문에
감아놓았던 태엽이 일정한 속도로 풀리는 원리로
시간을 가리키기 때문이니까요.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지고 가는 짐이 너무나 무겁게
어깨를 누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짐이 된다고 느끼는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는 추진력이 된다고
생각될 때는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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