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배아 단계에서 세포의 성장 분화시, 눈 하나를 만드는데 수백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여한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척추동물의 눈중에 수정체를 만드는데는 크리스탈린 (Crystallin)이라는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이 맑고 투명한 물질은 빛의 광자를 통과시키고 굴절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물질입니다. 이 고도로 분화된 단백질은 오직 시각만을 위하여 생산되며 이를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신비롭습니다.
또한 빛을 감지하는 막대세포에는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이 시각색소로 기능합니다. 이 색소는 심지어 눈이 없는 녹색조류나 박테리아도 빛에 반응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특성이 있답니다. 이렇듯 우리 유전자는 자연으로 부터 세포의 기능에 맞는 딱맞는 물질을 찾아내어 사용하는 천재들 입니다. 그러나 이 색소에서의 우연한 변성으로 우리에게는 치명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이 생겨납니다.
쥐나 포유류에게는 눈을 만들어 주도록 명령하는 유전자가 Pax-6라는 것이 밝혀졌읍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쥐의 유전자를 초파리의 여러 조직에 넣은 결과, 수없이 다양한 곳에서 눈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 작은 DNA 조각이, 관련된 유전자들을 결합하고 조정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지점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스위치를 켜대야 합니다. 인간에게도 Pax-6와 같은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 되면 태어나는 아기의 눈에서 홍채가 사라져 선천성 무홍채증이 유발됩니다. 19세기 캐나다 여인으로 하여금 자손 77명에게 이 선천성무홍채증을 전하게 한것은 바로 Pax-6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범인이었읍니다.
" 변화의 일격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유전자일지 모르지만 그로인한 사고가 나는 곳은 그유전자가 만드는 생산물인 단백질이다."
우리 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각 부위마다 어떤 단백질을 만들 것인지 지정해줍니다. 전형적인 포유류의 세포는 1만종의 단백질 분자 100억개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단백질들은 신진대사, 소화, 분비를 비롯하여 생명을 유지시키고 성장을 돕습니다.
따라서 우리 망막세포의 죽음도 이 단백질에서 찾아나서야 합니다. 알피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광수용체 세포와 망막색소상피층에 존재하는 색소 단백질 로돕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읍니다. 세포의 죽음이 발생하는 장소도 이곳 뿐이며 이웃해 있는 망막 신경세포나 혈관은 멀쩡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후천적 바이러스에 의한 죽음이나 기타 대사성 영양 질환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주범은 색소를 구성하는 로돕신 단백질과 그 공모자 주변에서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일단 우리 자료실의 연구 소식을 근거로 하면, 주범인 로돕신 단백질 뿐만 아니라, 광변환 과정에 참여하는 효소, 망막세포 자체의 구조 단백질, 일부 색소상피층의 대사관련 코딩 단백질에서도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읍니다.
이제 우리는 대체적인 범행의 장소를 파악하였으니, 그 동기를 찾아 봅시다. 물론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첫째로 세포 핵속의 DNA 돌연변이에 의한 죽음의 메세지 (아직까지 살상 명령은 아님)가 연락책인 RNA에 전사되어 세포핵 밖으로 전달되는 것이 목격 되었읍니다. 이때 전령 RNA는 코드화 된 메세지에 따라 단백질이나 효소 또는 호르몬등을 합성하여 DNA의 명령을 집행하게 됩니다.
이중에는 전편에서 말씀드린 의로운 세포의 죽음을 지시하는 자살명령도 수행됩니다. 돌연변이가 생긴 암호 명령문이라면 문맥상 오기, 탈자, 문귀의 뒤바뀜, 철자법의 틀림등으로 엉뚱한 살상명령이 전달되는 수가 있읍니다. 저는 이를 <실수로 인한 살상명령서>라고 하겠읍니다. 어쨋든 이것도 아포프토시스라는 범주에 넣는 것이 일반적 추세입니다. 실제적으로 유전자 DNA는 3진법으로 4종의 염기 코드만을 가지고 수많은 암호문을 작성하는 천재성을 지녔지마는, 그래서 실수도 나오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원래 똑똑한 놈이 사고도 치는 법이니까요.)
따라서 우리 애궂은 막대세포는, 마치 전쟁터의 장군에게, <계속 진격하라!!!> 라는 명령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제 되었으니 그만 자폭하라>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 잘못된 명령서를 남발하는 유전자는 우리 선대에서 부터 유전으로 전해내려오거나 아니면, 30억분의 1의 확률로 우리가 태어날 때, 부모님의 생식세포의 복제 시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원인 일 수 있읍니다.
물론 위 생식세포의 복제 ( X 염색체 반성 유전과는 무관)를 가족력이 없는 당대 돌연변이에 포함 시켜야 할지는 아직 저로서는 판단이 안섭니다만, 여하튼 우리에게도 세포 복제시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우리 환우 50% 이상은 이러한 가족력이 없는 돌연변이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염기로 된 암호문서에 철자법 하나가 틀려서 (예 A 염기가 T염기로) 생기는 Missense 돌연변이와 잘못된 단어가 들어가는 Nonsense 돌연변이를 주종으로 하여 생겨납니다. 그렇게되면, 이 엉터리 명령서를 손에 쥔 RNA들은 우리 망막세포에 필요한 로돕신 대신에, 엉뚱하게 다른 단백질을 만들거나 생산 도중에 <동작 그만!!!>이라는 명령을 받아 반제품 상태로 끝나버립니다.
그때에는 이미 만들어진 이상한 단백질과 만들다가 만 손상된 단백질이 부패되거나 변성되어서 세포가 죽어갑니다. 저는 전편에서 말한 바대로, 이때 죽어가는 망막세포를 아포프토시스가 아니라 괴사(Necrosis)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전문가가 아니니 조심스럽군요. 여하튼 막대세포의 괴사이기 때문에 독성을 뿜어대고, 그 독극물에 영향을 받아 이웃한 원뿔세포도 죽어가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 보고서도 죽음의 현상을 그리 추정하고 있음으로, 각기 구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따라서 우리 막대세포의 죽음은, 가족력에 따라 유전되어 내려오는 계획된 자연사와 당대 돌연변이 실수로 인한 사고사, 죽어가는 전우의 시체로 인한 독극물 감염사등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자 합니다. -물론 해외연구 결과에 수사관(?)의 심증을 곁들였읍니다.
참고로 위의 Nonsense 돌연변이로 인한 알피질환은, 현재 낭성섬유증 (Cystic Fibrosis)에서 시도되는 일부 유전자 치료법이 성공할 경우,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읍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치료 기술은 <잘못된 철자법은 무시>하고 단백질을 끝까지 똑바로 생산하라는 소분자 구조약물 개발입니다. 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알피 환우는 가족력이 없는 돌연변이 알피중 33%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 이 치료책을 알피 희망찾기 2호로 지정합니다. ***
세번째 죽음의 원인은 유타 대학의 모란연구소 Kang Jang 박사의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 망막세포에서 광 입자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때, 이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정상인의 경우, 그 폐기물이 혈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우리 알피는 유전적 결함으로 그 폐기물이 망막세포에 쌓여 산성과 염기성의 변화가 초래되고 그에따라 세포가 변성된다는 이론입니다. 지난 2월 모란 연구소는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화학물질을 개발하여 망막세포를 보호하려는 연구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 우리는 이 화학물질 연구를 희망찾기 3호로 지정합니다.***
오늘도 2개의 희망을 건졌으니, 다음 여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겠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