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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계신 환우분들의 이러저러한 절박한 상황을 듣고'
있노라면 " 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가입한지도 어느덧 2년이 넘은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RP판정을 받았지만, 당시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부모님과 병원을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2003년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RP라고 다시금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때서야 제 병명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어렴풋이 막연하게 느꼈던 야맹증이 이제는 현실이고,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대입을 준비하였고, 현재 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입니다. RP임을 제대로 파악한 이후 이곳 협회도
종종 들르게 되면, 저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안타까운 한편으로 참 마음이 놓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한번도 말해보지 못했던 이야기
" 나, 사실 야맹증 있어 "
이말을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지만, 이말을 하면 나에게 너무나
과잉 친절을 베풀어 내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혹 나를 저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지난 20년 간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으면 곧 말을 하게 될 날이 올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징병검사를 받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고 결과가 나오게 되면 면제 혹은 공익이 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하게 될 것이고, 자연히 제 병도 말하게 되겠지요.
근데 참 걱정스럽습니다. 꼭 말하고 싶지만, 말해선 안될 것만
같은 불길하고 답답한 기분이 저를 짓누릅니다.
물론, 제 사연을 듣게 되면 동정심이 생길것이고, 저를 배려하는
마음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 틀림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 사실 그러한 것에 대해서 익숙치 않은 것이라 걱정스럽고, 또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두렵습니다.
저는 여지껏 20년 동안 밤을 제외하고는 불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 비해 요새는 낮에도 두려운 적이 많습니다. 시야가 왠지 모르게 좁아진다는 느낌도 받게 되고, 밤이 되면 느끼던 불안감이 날이 갈수록 더욱더 커져 갑니다.
긍정적인 생각, 미리에 대한 불안은 줄이고, 현재에 충실하라
라는 식상한 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새들어 드는 불안한 마음은 도무지 억누르기 힘드네요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어도, 밤만 되면 사람들과 부딪혀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고, 사람들의 발을 밟고, 계단을 헛디뎌 바보처럼 넘어지고, 여자친구와 보폭을 맞추어 걷지 못하는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과연 그것을 이해해 줄까 두려워..여자친구
를 사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요새 걱정들이 더욱 더 눈을 나쁘게 하는 거 같습니다.
시력이 0.5입니다. 십년전과 비교해 0.3정도 수치가 떨어졌습니다. 다른 환우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참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밤이 되면 항상 웃음거리가 되는 바보같은 사람이지만 말입니다...이런저런 앞뒤 안맞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