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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감
    바다의별 2005/05/12 822
      RP진단 받은지 5년이 지나고 6년차에 접어듭니다. 물론 그 RP라는 스토커가 언제 따라붙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5년이란 세월동안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는데 잃은 것은 시야와 어느정도의 시력, 자신감과 기회, 얻은 것은 또 다른 시야와 또 다른 자신감입니다. 잃은 시야는 육체적 시야와 시력이고, 잃은 자신감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등등...실제로 직장생활에서 많은 부분 느끼는데 예를들어 남들 앞에서 뭔가 큰 일을 맡아 평가를 받아야 할 때 내 능력보다는 눈으로 인한 실수가 더 걱정이 되는 것 등을 들수 있죠. 그러다 보니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하는가, 와 같은 아주 지엽적인 사실로 내가 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얻은 것은 또 다른 시야, 다른 각도에서 사물과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거지요.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상황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이런 입장은 이렇겠구나... 그리고 또다른 자신감은 이제 눈으로 인한 실수같은 것을 정상인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저는 초청공개 수업 중 심각한 장면에서 어느 몰지각한 사람이 메신저를 날리는 바람에 화면에 떡 허니 뭐가 떴는데 나의 이 고장난 눈이 그 쬐그만 닫기 단추를 찾지 못해 헤맨적도 있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그냥 대충 드래그해서 아래로 내려 놓고 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는 좀 객관적이 되었지요. 내가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는 일 중에는 실제로 RP 때문인 것도 있지만 내 자신감과 두려움, 의지의 결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진단받은지 1,2 년밖에 안되던, 지금보다 상태가 훨씬 좋았던 그 떄보다 눈이 훨씬 더 나빠진 지금 저는 현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더 많이 나다니고 있답니다. 어차피 눈은 나빠지지만 마음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서로 함께 노력한다면 한없이 멀어보이는 희망의 날들도 조금 덜 힘들게 조금은 더 즐겁게 기다리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홈페이지에 들렸더니 청신경장애를 가진 분들이 도배를 해 놓았더군요. 청신경재생연구해달라는... 그리고 최근 청신경재생연구를 하려는 의사가 나타나서 연구과제공모에 지원을 한 모양입니다. 우리의 길도 멀고 멀지만 되든 안되는 여러방면에서 협력해서 부딪쳐 보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현재 임상지원 환우를 응원하고 기원하는 마음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안될거다 라는 생각보다는 안되더라도 일단 부딪쳐보자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고 또 길을 찾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은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겠지만 그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 하나 올리고 나갑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 어떤 농부가 황무지를 개간하겠다고 나섰다. 그 땅은 돌멩이가 많은 매우 척박한 땅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포기하라고 말했지만 농부는 기어이 그 땅을 일궈냈고, 몇 년 후에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농부를 찾아와서 물었다. "어떤 비료를 사용했나요?" 그러자 농부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이것쯤이야!"라고 하는 자신감의 비료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렇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비료는 바로 이 자신감의 비료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여러 가지 조건들을 내세우면서 자신감의 비료를 쓰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고대 철학자인 플라톤은 행복하기 위한 조건 5가지를 말했다. 1.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2.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3.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 받지 못하는 명예 4.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5. 연설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완벽함에서가 아니라 부족함에서 찾고있다. 사실 100% 만족이라는 것은 없으며,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약간의 부족함,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편하게 하고 결국은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부족하고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이것쯤이야!" 라는 자신감 비료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때, 그때야말로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나도CEO가 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