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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멜레온입니다.
사랑방에 남기신 청목님의 글을 뒤늦게 읽고 꼬리말을 달려다가
다른 분들에게도 혹시나 도움이 될까싶어 이 곳에 저의 경험담
을 올립니다.
청목님은 밤에 후레쉬를 소지하고 다니시는 것에 많은 도움을
받으시는 것 같은데, 이 곳의 환우들은 후레쉬 얘기가 별로 없어
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야맹증' 도 진행을 한답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야맹증이 있어서 밖에서 아이들과 놀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야 했었지요.
저도 고등학교때까지는 가방 속에 반드시 후레쉬를 들고 다녔
습니다. 혼자 다니는 일이 많았고, 살고있는 동네가 가로등이나
상가같은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대학다닐 때 부터는 친구들도 많이 생기게 되었고,
게다가 주요 활동영역이 밤에도 불빛이 많은 곳에서 주로 활동
을 했기때문에 후레쉬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지요.
서울은 지방에 비해 그래도 밤에 불빛들이 많은 편인데다가,
그 때는 어지간한 불빛만 있으면 그래도 다니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저의 경우는 망막의 주변부에서 중심쪽으로 점점 진행하는
경우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점점 불빛의 도움도 없어지게 되더
군요.
망막의 주변부에 있는 세포의 역할중, '명암' 을 구분하는 기능
이 있다보니, 이 세포들이 점점 죽어감으로써 명암의 구분능력도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지금은 후레쉬 불빛은 커녕, 자동차 헤트라이트를 비쳐줘도
별로 도움이 안된답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운전하는 옆에 앉아서 보면, 전혀 불빛이 없는
캄캄한 시골 길 같은데서도 자동차 헤트라이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었는데....ㅎㅎ
그렇다면 저는 지금 밤에는 전혀 활동을 안하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물론, 저도 밤에 다니기를 꺼려했던 시기는 있었지요.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서 다니는 것이 어려워지게
될 때인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는 저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 시기가 오면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서서히 주위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상황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알리
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알피인들이 더 많은 어려움들을
겪게 된답니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자신을 빨리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늦게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은 우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혼자의 힘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일이므로, 가능한 빨리 자신의 상황을 주위에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회사생활을 18년간 한 사람인데,
눈이 어지간히 좋았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저의 상황을 일찍
드러내 놓은 경우에 속하는 사람인데, 말을 하고 안하고에 따른
일상생활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답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면,
제가 사무실에서 쓰레기통을 걷어차게 되면,
저는 당당하고 오히려 쓰레기통을 책상 밖으로 내 놓은 그 사람
이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많은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마 인사를 하지
못함에서 오는 '건방지다' 는 말을 듣게되는 일일 것입니다.
저도 물론 이런 경험이 있었지요. 그러나 말을 하고 난 후에는,
이런 경우에서도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모릅니다.
그 외에도 미리 나의 상황을 얘기해 둠으로써,
내가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다 알아
서 도와주게 된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18년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눈 때문
에 불편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제가 거의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까지
끝까지 회사에 남아있게 되었던 것도 바로 나를 미리 알렸기
때문이고 회사에서도 그만큼 배려를 해 주었던 것으로 생각됩
니다.
지금,
눈의 상태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이제는 주위의 도움이 서서히
필요해 지는 시기에 놓여있는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밝히십시요.
억지로 되는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때가 되면 다 하게되겠지만,
해야 할 때가 되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해서 혼자 겪어야 할 어려움들을 생각해 보면,
한번 용기내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은 '수호천사' 인 흰지팡이만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어디나 혼자 다니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후레쉬보다 더 강력한 지팡이와 입만 있으면 되니까요.
말만하면 누구라도 저의 길을 안내해 주니까요.
이것도 다 때가되면 저절로 하게된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자신을 알리는 것부터가 바로 시작인 것입니다.
청목님의 글을 보니, 등산을 가서도 매우 난처했던 경험을 하셨
고, 그래서 앞으로 등산을 고려해 보시겠다는 말씀도 있으셨는
데,
저는 지금 매주 화요일마다 등산을 다닙니다. 정안인 봉사자들과
함께 똑같이 산 정상에 오릅니다.
당연히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도움이래봐야 정안인의 배낭꼬리만 잡고 저의 다리로 직접 올라
가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방향에 대한 도움만 받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제 자신을 밝힌지 오래되어,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에
도 매우 익숙해져 있는 상태인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도 다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오게되었는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시작은 바로 자신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
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그럭저럭 잘 보시는 분들한테 드리는 말씀은 아니구요,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이제는 혼자서 무언
가를 해내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신 분들이라면,
주저마시고 주위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알리는 일' 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자! 용기를 내 보십시요.
그러면 반드시 '더불어 사는 세상' 을 직접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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