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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죠나단칼럼-카멜레온 생각
    카멜레온 2005/03/14 796
      알피인들에게 있어, 결혼문제나 애를 낳는 문제는 '유전' 이라는 것 때문에 많이들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만 나오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알피'보다 더 무서운 '사망병' 에 걸려있다는 것 이지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은 물론, 언제까지 살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는...내일이라도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 그런 무서운 사망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병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결혼했다가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애를 낳고나서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가정은, 알피가 유전되어 나타날 수 있는 가정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이런 말 할때 매우 조심스럽기도 한데.... 저는 결혼할 때 알피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와이프한테 나 이러이러한 병이 있는 데, 그래도 결혼하겠냐는 말을 아예 하지도 않았답니다. 아이를 가질 때도 전혀 이 문제를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답니다. 애들을 낳고나서도, 애들에게 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조바심같은 것 전혀 가져본 적 없답니다. 설사 애들한테 증상이 나타나면 또 어떻습니까? 저도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애들은 오히려 아버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더 잘 살겠지요 뭐. 제 의견은,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싫어서 안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알피때문에' 뭘 못한다는 생각은 저로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제 곧 치료책이 나올테니까, 아이를 가져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치료책이 안나오면 또 어떻습니까? 치료책이 안나와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오른쪽은 완전실명을 한 상태이고, 왼쪽시야도 이제 동전만큼 남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 눈갖고 빨빨거리며 잘 돌 아다닌답니다. 머지않아 왼쪽눈도 실명을 하겠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살고있습니다. 제가 후배님들께 해 주고 싶은 말은, 미래의 일을 걱정해 보는 건 좋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로, 현재까지 잃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알피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지 마시고, '알피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만 갖게된다면,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걸림돌이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런 말들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기를 더 불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닐까 좀 염려도됩니다. 혹시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용서 바랍니다.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갖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부터 꼬리말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