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피인들에게 있어,
결혼문제나 애를 낳는 문제는 '유전' 이라는 것 때문에 많이들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만 나오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알피'보다 더 무서운 '사망병' 에 걸려있다는 것
이지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은 물론, 언제까지 살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는...내일이라도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
그런 무서운 사망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병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결혼했다가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애를 낳고나서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가정은,
알피가 유전되어 나타날 수 있는 가정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이런 말 할때
매우 조심스럽기도 한데....
저는 결혼할 때 알피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와이프한테 나 이러이러한 병이 있는 데, 그래도 결혼하겠냐는
말을 아예 하지도 않았답니다.
아이를 가질 때도 전혀 이 문제를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답니다.
애들을 낳고나서도, 애들에게 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조바심같은 것 전혀 가져본 적 없답니다.
설사 애들한테 증상이 나타나면 또 어떻습니까?
저도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애들은 오히려 아버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더 잘 살겠지요 뭐.
제 의견은,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싫어서 안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알피때문에' 뭘 못한다는 생각은 저로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제 곧 치료책이 나올테니까, 아이를 가져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치료책이 안나오면 또 어떻습니까? 치료책이 안나와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오른쪽은 완전실명을 한 상태이고, 왼쪽시야도 이제
동전만큼 남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 눈갖고 빨빨거리며 잘 돌
아다닌답니다.
머지않아 왼쪽눈도 실명을 하겠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살고있습니다.
제가 후배님들께 해 주고 싶은 말은,
미래의 일을 걱정해 보는 건 좋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로, 현재까지 잃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알피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지 마시고,
'알피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만 갖게된다면,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걸림돌이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런 말들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기를 더 불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닐까 좀 염려도됩니다.
혹시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용서 바랍니다.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갖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부터 꼬리말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