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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심
    향기론 2004/08/19 865
      사람들은 저를 보면 아이들을 잘 다루는 특별난 재주가 있다고들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남달리 잘 웃고 개구진 제 모습을 보며 그렇게 짐작하나보다 했지요. 6개월전부터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딱 한명이 저희 반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9명이나 되구요. 특이한것은 무지무지 말썽꾸러기에다 별난놈들만 저희반에 가득하다는 겁니다. 혹자는 선생님을 닮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또 다른 혹자들은 감당할만 하니까 그런 아이들만 모인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위로를 해주긴하셨죠. 그중에 아주아주 별난 한 아이가 있습니다.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아 일명 공포의 악돌이가 되어 버린 아이죠. 다른반 선생님들이 저에게 늘 안쓰러운 눈으로 저를 쳐다볼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전 그 아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처음엔 얼마나 얄미운지 모든게 힘들었습니다. 욕설에...폭행에..거짓말에... 끝없이 펼쳐지는 가공할 개인기에 저의 터프함도 한계를 느낄때쯤 저는 그 아이 어머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 아이를 맡겨서 죄송하다면서 자신이 직장에 다니다 보니 아이에게 잘 해주는것 없이 자꾸 훈계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알수없는 못된 행동만 더 한다면서... 순간 자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만으로도 그 아이는 숨막힐듯이 힘들것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문제의 본질은 잃어버리고 엄청난 현실의 모습에 당황하여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분에게 "그 동안 해오신것을 자제하시고 반대의 표현으로 그 아이를 대해 보세요." 하고 조심스레 말씀 드렸습니다. 저도 그 아이에게 구체적인 사랑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을 했을때 질책하기보다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본인에게 정확하게 물어보고 그런 행동을 하고 난 뒤의 느낌에 대해 물었보았습니다. 그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아 주는 관심이었던것을 알았기에.. 며칠후 그 아이집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저에게 고맙다고 하시면서 다 큰 녀석이라 샤워 할때 그냥 내버려 두는걸 좋아 할줄 알았는데 제 말이 생각나서 "엄마가 씻겨줄까" 했더니 너무나 좋아하며 몸을 내 맡기더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답답하고 막막했던 것들이 뭔가 풀려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군요. 지난 주일날 그 아이가 설교시간에 아주 지독한 욕설을 하는 바람에 뒤로 나가서 두팔을 들고 벌을 썼답니다. 저는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모르는척하며 있다가 예배가 끝날 쯤에 그 아이를 따로 불렀답니다. 생각이 멀쩡한 녀석인지라 먼저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 저 때문에 챙피하죠?" "아니~ 선생님은 두팔을 들고 벌을 서 있는 네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해서 슬펐어." 지금은 저도 그 아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습니다. 사람은 한번 상처를 받으면 본질과는 상관없이 엉뚱하게 내닫습니다. 옳고 그른것은 상관없이.... 그 아이가 자라면 지금을 생각 하겠죠. 자그마한 제 사랑도 그 아이 기억속엔 같이 자라겠죠. 그리고는 더 큰사랑으로 누군가를 꼭 안아주겠죠. 오늘도 그 녀석 볼을 꼬집어 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귀찮아 하는 그 녀석 등을 꼭 껴안아 줍니다. 그러면 오히려 제가 행복해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