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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부가 준 교훈>
협회가 대외활동보다는 친목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했던 것이 대전 지부 쪽이었습니다. 가끔씩 전대전지부장이었던 K씨가 전화를 하여 현재 협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만나서 위로하고 친목 다지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인지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협회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홍보 전단지라도 만들면 병원 다니면서 직접 뿌리겠다고 할 정도로 열의가 많았고 협회가 그러한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술 먹을 돈 있으면 연구 기금이라도 한 푼 내는 게 맞고 그렇게 되도록 협회가 앞장서야지 뭐하는 거냐..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협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 그러나 일단 현재의 정책이 내부결속력을 다지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 시기가 지나면 곧 달라질 거라 보니 기다려 보자... 나도 이런 쪽의 의견을 계속 개진하고 있고 언젠가는 동의할 거라 본다.
하지만 친목도 또한 회원들에게 있어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일을 하든지 회원들의 결집된 힘이 없다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이 모두는 다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부결속력이라는 힘을 어떤 방향으로 건전하게 끌고 갈 것인가는 협회의 몫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일이든 혼자 독주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떤 공동의 합의,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설득력이 있는 법이니....
대전지부는 자체적으로 일일 호프집을 열었고 중앙에서는 이에 적극 협조하기로 합니다. 대전지부에서는 여기서 얻은 수익금 300만원을 인공망막을 연구하는 서울대 인공안구센타에 기부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우리가 연구기금을 대봐야 세발의 피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우리가 연구를 빨리 해라 말아라 하는 것과 상관없이 연구는 진행된다... 아니 외국에서 먼저 연구가 될 텐데 뭐 그런데 신경 쓰나....
서울대 인공안구센타의 정흠 교수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현재의 연구진행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인공망막연구가 최초로 시작되기까지의 과정도 들었습니다. 한 교수에 의해 5년간 연구보다는 후원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후에야 제대로 시작이 되었고 그 프로젝트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대학의 연구기금도 받지 못하다가 어느해 연구기금들을 다른 연구들에 다 배분하고 남은 몇 푼의 돈이 최초의 연구 자금으로 주어졌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실 저희는 어떤 연구기금보다 RP 환자들이 내 놓는 기금이 가장 부담이 되고 압력이 됩니다. 이 돈은 소모성 경비로는 쓰지 않을 것이고 뭔가 항상 우리가 볼 수 있거나 사용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연구는 10년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미 3년이 지났고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다고 했습니다. 연구기금을 1년에 1억씩 받는데 사실 이 돈은 연구를 함에 있어 최소한의 비용인 듯 했습니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연구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기금도 적은 상태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중단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수 있고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한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견뎌낼 에너지가 됩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몇 년간 나름대로의 희생을 감수하고 협회 일을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사명감.....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 그리고 우리를 믿고 격려해 주는 환우들...
마찬가지로 우리의 간절한 바램과 희망을 담은 얼마 안되는 정성이 이 분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은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잊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를 대전지부는 실천을 했고 이 부분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교훈입니다.
영국의 RP협회 회원들이 동전을 모으거나 기부금을 모아 매년 일정액을 그들을 위한 연구기금으로 기부하듯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인지....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소식지 같은 것은 뭐 하러 만드나요?
나는 시력을 잃어서 그거 있으나 마나이고 필요 없는데....“
“후원 음악회 같은 거 뭐 하러 하나요? 티켓 팔아서 남는 돈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
“우리 쓸 돈도 없다면서 왜 인공안구센타에 기부를 하자는 거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도 우리를 아는 체 하지 않았어요. 관심조차 없었어요.
협회를 만든 목적은 현재의 환우들이 혜택 받자고 만든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다음 사람들을 위해 밑거름이 되기 위해 만들었거든요.
아직은 우리가 무언가를 받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아직은 우리가
보살피는 역할을 더 해야 하거든요.
대신 우리는 이 일을 즐겁게 서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뿌려야 거두죠. 그 뿌리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될 수는 없나요?
우리의 임무는 이 시작을 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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