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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사회복지사의 글
    바다의별 2004/08/14 737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짓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 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 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 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그 한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 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사건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투성이였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오고 하니 아주머니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고 한다. 고아원에 가기만 하면 아이들이 놀리고 때려서 길거리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고아원에 가기만 하면 아이들이 놀리고 때려서 길거리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었느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이었죠"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정말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결하는 일뿐.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단다. 부엌을 둘러보니 라면 하나 쌀 한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올 거구요. 보조금도 나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장롱 깊은데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주는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서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같기도 하였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안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 데 꼭 써주세요" 내가 꼭 가져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와서 세어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 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어느 사회복지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