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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Re]북한산이요? 에구..무셔라
    체리쉬 2004/03/03 814
      어찌나 무서운 존재인지.. 대학 4학년때 친구들이 취업도 안되는데 극기훈련이라도 가볼까 하면서 저를 꼬셔서 북한산에 데려갔답니다. 참고로 우리집은 5시간 이상 연락두절되면 내치는 집안이므로 겨우겨우 허락받아 등반에 올랐지요. 올라가는길 분위기 좋았습니다. 평일이어서 등반객도 별로 없고 날씨마저 스산해서 넷이서 있는대로 우울해 하면서 말없이 걸었죠. 아줌마들(그 당시 30대 이상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죠..그저 아줌마구나, 아저씨구나,그랬어요.) 은 물가에 앉아 김밥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트롯가락에 맞춰 멋진 뮤지컬도 창조하고 계시더군요. 먹고 놀다가라기에 한줄씩 김밥 처리해 드리고 박수 좀 쳐주고 그러고 다시 등반길... 어랏..10분정도 올랐을까 갑자기 앞에 가던 친구가 외마디 비명을.. '어머..이거 왜 이러세욧!' 우린 서둘러서 그쪽으로 지원나갔죠. 웬 까까머리 얼라가 우리친구한테 친구하자고 수작을 벌이고 있더군요. 아니..이것이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것이... 나머지 우리셋이 마구 야단치려는데 위쪽에서 똑같이 생긴 얼라들 3명이 또 내려오더군요. 다짜고짜..짝도 맞는데 놀다가자고 졸라대는거예요. 싫다고 강짜놓는데 제 팔을 확 잡더니만 '고등학생이면 학교에 가야지..이런데 왜 오냐?' 그러더니 위를 향해.. '애들아..여기야~~' 하니깐 정말 말 그대로 중공군 한부대가 물밀듯이 내려와요. 한 2,30명이 내려와요. 정말 빗발처럼 내려와요. 으악...우리는 동시에 외쳤죠. '튀어!' 제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려보니 그 아래의 아줌마들이 우리를 구해주셨더라구요. 아마도 무슨 방위훈련을 나온것 같다고 우리보고 신고하래요. 방위들이 까분다고요. 근데 학생들 머리좀 빗어야 겠어... 귀신들 같어... 서로 쳐다보니 산발한 머리들이 북한산보다 더 웅장하더라구요. (저 빼곤 모두 뽀글머리였슴) 집에 오는 버스에서 맨 뒷좌석이 어찌나 흔들리던지요. 우리 넷이 다리를 떨어대는 통에 멀미까지 났답니다. 다리떨리지.. 심장떨리지.. 한 친구는 안면마비까지 와서 무서워 죽는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북한산은 저의 8대 기피장소중 한곳이랍니다. 나머지 7개요? 비밀입죠..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