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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사무실에는 환우들의 문의가 잇달았습니다.
“최근 모 TV 방송에서 유전자 치료가 성공했다는데 회장님 보셨습니까?”
라는 질문과 함께,
“알피도 치료 되는가요? ”
무슨 뜬금없는 뉴스가 나왔나 싶어, 부랴부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국내 순천향 대학의 모 교수께서 황반 변성질환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제목의 기사 였습니다.
그래서 무슨 놀란 만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인지 자세히 읽어보니,
관련 연구팀의 연구 내용은, 손쉽게 망막 조직에 전달하는 “유리체 공간내 주사법”
을 시도하였고,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여 망막 하부에 유전자 전달 매체를 주입해
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첨단 기술인 유전자 치료 기술과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고, 단순히 주사 방식이
세계 최초로 성공해서, “ 국내 연구진이 망막 유전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
을 열었다는 언론 보도였습니다.
유전자 치료 시술시 도움이 될 뿐, 유전자 치료와는 근본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내용입니다.
국내 화장품 씨에프에 나온 말 처럼
“ 로션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그것이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는 것인지 씁쓸하네요.
참으로 부실한 알맹이에 화려한 포장으로 또다시 우리 방송과 언론들이
우리 환우들을 설레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 교수가 연구에서 사용한 아데노 바이러스 벡타(AAV)는, 이미 십 수년 전
부터 국제적으로 유전자 치료에 응용되어 왔고,
최근 알피 치료용으로 개발되어 7-8년 전부터 임상에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전달 매체입니다.
그리고 많은 환우들도 아시다시피, 조기 발병형 알피 질환인 RPE-65 변이
유전자는 이미 동일 벡타를 사용하여 유전자 치료에 성공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여름켐프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올해 부터는 열성형 알피 일부
유전자 치료가 임상을 진행하거나 조만간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와같이 한참 앞서가는 국제적인 추세에 비추어, 이번 순천향 대학 연구팀은
그저 전달매체를 망막에 주입해보는 단순한 실험을 해 본 것입니다.
정상 유전자를 이식하기 위해 치료용 유전자를 탑재한 벡터를 개발하고,
본격적인 치료 연구를 진행하는 데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관련 내용 중에 오직 관심이 가는 것은 주사 방식 중에
유리체를 절제하지 않고, 레이져를 사용한 “유리체 공간내 주사법“ 을 사용
했었다는 정도입니다.
아무튼 유전자 치료는 주사의 방식이 아니라, 질환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의
탐색과 더불어, 정확한 진단 기술 확보, 그리고 건강한 유전자를 이식하기 위한
적절한 전달매체의 개발 등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언론의 발표는 관련 연구팀이 마치 세계 최초로 망막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것이 아니라, 개선된 주입 방식에 초점을 맞추
었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호도되어
향후 알피를 포함한 망막 질환들이 조만간 정복될 것 처럼 과장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장된 보도가 환우들에게 부질없는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게
되어, 훗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번에 보도된 내용은 (주입 기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으며)
알피나 황반 변성질환의 유전자 치료에 근본적인 기술을 혁신할 만한 학술적
성과나 의미는 없었다....라는 것이 협회의 의견입니다.
끝으로 망막 질환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를 해보려는 국내 연구진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나마 협회는 지대한 관심과 위안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련 연구팀의 향후 연구에도 적극적인 성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좀 더 상세하고 체계적인 알피 치료 정보를 위해서는, 여름켐프와 같이 매년 협회가
주최하는 쎄미나와 모임에 참석하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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