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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비를 보는 도중, 끔찍한 모습을 한 여자가 보여서 얼른 채널을 돌려버렸다.
"아휴~저런 모습을 하구선 웬 티비야!"
어떤 아주머니는 화상을 입어 한여름에도 목이 긴옷을 입고 다니시던데 저 여잔 가릴수도 없겠네. 빠꼼한 곳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잊을 만하면 가끔 또 보였다. 이름이 지선이라고 했다.
며칠 뒤 그냥 지선이 아니라 이지선이라는 것 까지 알게되고.. 어느날은 채널을 돌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게 된다. 너무나 흉측했다. 사람이길 포기해야 될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억눌한 미소가 아니라 박장대소까지 하는 듯 보였다.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난 그녀의 글을 읽고 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 책을 뜻밖에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끈질기게 자꾸 부딪히면 예사 인연 아니다 싶어 얼른 서둘러 첫 장을 넘겼다.
손끝 떨림을 느끼며 둘째 장을 넘긴다.
눈물이 아른거리고 가슴이 탁 박혀서 셋째 장을 도저히 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
이틀을 겉 표지만 바라보며 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도중에 통곡치 않게 하소서!
"지선아 사랑해!" 라는 책은 이미 베스트 셀러가 되어 있는 책이다.
한 여대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55%의 화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온전한 것이라곤 눈동자뿐...모두 시커멓게 타버린 것이다.
그녀 말대로 홀라당 타버린 것이다. 이전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그 상처는 더 처절했고 이화여대 사범생이었다는 세상적인 잣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아픔은 더 커 보였는지도 모른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의 고백이 너무나 절박하여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하나님 나 너무 오래살지 말게 해주세요!.'
그리고 자기를 구해준 오빠에게 죽게 내버려두지 왜 살렸냐고.. 힘없는 원망의 눈빛을 내보인다.
입이 오그라 붙어 밥도 못 먹고 침도 못 삼키던 그녀가 여러번의 수술로 점차 회복되어져 가며 엄마에게 사고 후 첨으로 입을 맞춘다. 하나님은 사랑의 감정을 가장 섬세하게 느끼게 하시기 위해 가장 예민한 입을 택하셨을 거라는 고백이 참으로 신선하다.
당기는 피부 때문에 눈을 감을 수 없는 것도 힘든데 땀이 눈썹 없는 민 등성이 이마를 타고 그대로 돌입하는 당혹함이란....
사고전엔 당연했던 것들이 지선이에게는 감사의 조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모든걸 잃은듯한 지금을 통해 그동안 참 많은 것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고 누더기같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지만 이전의 지선이도 지금의 지선이도 모두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습게도 지선이가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몸은 비록 많은 상처를 입고 있지만 대신에 누구보다도 귀한 믿음의 선물을 받게 된것이니깐요. 수많은 믿음의친구가 생겼고 자신의 말처럼 차태현이가 부럽지 않을만큼 유명인사가 되었다나요. 어슬픈 자위가 아니라 진심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자족하며 감사할줄아는 삶을 향한 진정한 자유함으로 인한 당당함이 느껴졌습니다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시커멓게 다 타버려서 얼마나 많은 대수술을 해야 평안을 누리며 살런지. 우리곁엔 너무나 겉이 멀쩡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한 위로조차 받지 못하는 진짜 병든자가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는 혹자가 말하듯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때문이 아니라
절망과 고통가운데서 새록새록 샘솟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러고도 사는데...쯧쯧 혀를 차다가 자신도 모르게 위안을 얻게 되는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거죠.
위안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홀라당 타버린 모습으로 사랑의 총알쏘기를 마구 퍼붓는 지선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듬뿍받게 될 것입니다.
지선이의 사랑을 여러분께 인정사정없이 전해드리며 향기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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