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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머(펌질했슴)
    이세란 2003/07/31 1,028
      워싱턴 주에서 대학 다닐 때 울 학교에는 특이한 커플이 있었다…… 둘 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였는데…… 언니는 한국에 있을 때도 그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알 만큼 공부를 잘해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울 학교에 와서도 무지하게 머리좋고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모범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공부벌레들을 잘 살펴보면 공부할 땐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평상시에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한박자 느린 경우가 많다… 이 언니가 바로 그렇다…… 하고 다니는 복장도 고시생같지만 어쩌다가 우리끼리 농담을 한마디 해도 꼭 몇 초 있다가 혼자 웃는다…… -_- 언니의 이런 약점은 언니의 남친에 의해서 더 부각되었는데…… 언니 남친이 바로 차타가 공인하는 코메디언이기 때문이다…… 오호라~ 통제로다…… 남친의 기상천외한 코메디를 언제나 가장 늦게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그의 여친이였던 것이다…… 그뿐인가, 언니가 벌써 대학원에서 조교하면서 석사 학위를 코앞에 두고 있을 때 언니의 남친은 대학교 3학년만 벌써 4년째…… -_- 공부에 관한 오빠의 무관심은 언니의 명석함으로 인해 더욱 부각되었으니…… 오호라~ 다시 한번 통제로다…… 이 커플은 서로의 약점을 마구마구 부각시켜주기 위해 만났던 것이었~ 다…… 언니는 평생 책 속에 코를 박고 산 사람 답게 자신의 한박자 느린 센스에는 별로 개의치 않고 늘 바른 길로만 걸으며 사는 사람이었다…… 영어 발음하는 것만 들어봐도 그 정직성을 알 수 있었는데…… 정말 철저하게 한국에서 배운 스팰링대로만 발음을 한다…… 미국에서 몇년 산 다른 사람들처럼 혀를 굴려보려는 노력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치 미국애들에게 너 발음 그따우로 하면 안 된다고 혼내주려는 듯이 또박또박 정직하게 발음하곤 했다…… 발음만 정직하면 누가 뭐라나…… 식당가면 꼭 발음하기 힘든 것만 시켜 먹는 바람에 못 알아듣는 웨이터나 웨이트레스와 실랑이를 한다…… 이 언니가 가장 잘 시키는 것 중에 한가지…… 바로 Milk…… -_- 오호~ Milk 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벌써 고개를 끄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이게 월매나 어려운 발음인지,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도 신경써서 발음하지 않으면 삑사리가 나는데 언니의 정직한 발음, “밀크!” 가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미루꾸라고 안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_- 한번은 언니와 맥도날드에 간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은 햄버거랑 콜라, 또는 Meal 로 시켜 먹었는데 이 언니는 유별나게도 우유를 시켜 먹겠단다…… 언니: I'll have 밀크! 캐시어: Ok 아니, 이게 웬일이여~ 캐시어가 단번에 알아들었네…… 한바탕 실랑이를 예상했던 우리, 경이로운 눈빛으로 캐시어를 우러러 보았다…… 그러나 그 경이로움은 채 1분도 못되어 깨졌으니…… 언니 앞으로 나온 쟁반에는 밀크가 아니라 3번 meal, 즉 meal three 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_- 이런 일도 있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울 학교 학생들이 잘 가는 스테이크 집이 있는데 여기는 고급 스테이크 집이 아니라 줄서서 주문을 하고 그 자리에서 돈을 내는 곳이었다…… 그런 담에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음식이 나온다…… 차례차례 주문을 마치고 언니와 나만 남았는데…… 언니가 또 우유를 시킨다…… 뜨아~ 나부터 주문할껄…… -_- 캐시어: Anything to drink? 언니: 밀크 please 캐시어, 당근 못 알아듣는다…… 할 수 없이 내가 대신 시켜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언니 남친이 나를 말린다…… 언니남친: 내버려 둬 니나: 왜? 언니남친: 어디 끝까지 한번 해보라구 그래…… 우씨, 그거야 주문 끝난 당신들 사정이지, 난 배고프단 말여~ 나의 절규에는 상관없이 언니 남친은 언니에게 당부한다…… 언니남친: 오늘은 꼭 우유 먹어라, 알겠지? 언니: 당연하지…… 그래, 당신들 천생연분이다…… -_- 언니: 밀크 please 캐시어: Excuse me??? 언니: 밀크! 캐시어: Sorry…… we don’t have that…… 흑흑…… 예상했던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언니: I know you have 밀크 캐시어: I don’t know what it is…… 언니: 밀크 캐시어: What? 언니: 밀크 캐시어: What? 우리들이 식당에 갔던 시각은 식당이 가장 바쁜 토요일 저녁 7시…… 뒤에는 줄이 점점 길어지고…… 게 중에는 우리한테까지 다 들리도록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이쯤되면 언니도 그냥 물러서야 하는데, 워째 당황은 캐시어가 하고 언니는 전혀 동요가 없다…… -_- 언니: I want 밀크 캐시어: I don’t understand …… 불쌍한 캐시어…… 할 수 없다…… 내가 결단을 내려야 겠다…… 언니를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_- 뒤에 있던 첨보는 미국애에게 말을 걸며 친한척 하기 시작했다…… -_- 언니: You don’t know 밀크? 캐시어: No, I don’t…… 언니: Yes, you know 밀크! I want 밀크! 캐시어: We don’t have it!!!! 캐시어, 드디어 폭발했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메니져 불러온다…… 뜨어~ 미치겄다…… 첨보는 미국애와 더욱 친한 척 하기로 했다…… -_- 메니져는 한창 바쁜 때라 부엌에서 주방장을 도와주고 있었는지 넥타이를 뒤로 넘기고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다…… 메니져: 무슨 일이죠? 캐시어: 이상한 걸 자꾸 시키쟎아요 메니져: 없다구 그래요! 캐시어: 그래도 달라는 걸 어떡해요? 클났다…… 메니져도 짜증났다…… 캐시어와 메니져가 싸우기 시작한다…… 언니의 밀크 땜에 캐시어 열받고 줄 선 손님들 열받고 메니져도 열받는다…… 게다가 얼떨결에 니나는 첨보는 미국애와 죽마고우가 되버린다…… 메니져: 없다는데 달라고 그런단 말에요? 캐시어: 메니져님이 직접 말해봐요! 메니져: 원, 음료수 주문도 못 받다니…… 캐시어: 내가 못 받는 게 아니라니까요!!! 결국 메니져가 프론트로 걸어온다……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 오호~ 무서워라…… 메니져: What would you like to drink?!! 애써 웃으려 하지만 짜증이 팍팍 묻어나는 목소리…… 게다가 메니져의 엄청난 덩치...... 언니도 기가 팍 죽었다…… 언니: Coke please… -_- 뜨어~ 그 순간 니나는 물론, 뒤에서 불평하던 미국애들까지 우르르 도미노처럼 넘어갔고…… 불쌍한 캐시어의 표정은 뭉크의 절규 모델처럼 되버리고 말았으니…… 언니가 주문을 마치고 음료수를 받아서 식당으로 걸어들어오는 순간…… 이번엔 미리 식탁에 앉아 있던 일행들이 언니 쟁반에 담긴 콜라를 보고 우르르 넘어간다…… 으허, 쪽팔려…… 이 식당에 Hall of Fame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올라갈 사람이 바로 이 언니다…… 이 언니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건 갑자기 울 신랑과 내가 이와 비슷한 쑈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울 신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쑈는 (B)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겠다…… ************************************ 참고로 힌트 한가지…… 정 우유가 먹고 싶으면 힘들게 Milk 라고 발음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미역국을 생각하며 “미역”을 빨리 발음해 보기 바랍니다…… 거의 네이티브 수준의 Milk 발음이 나올 겁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