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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KFC 에 간 적이 있었다……
울 신랑은 KFC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외국에 오니까
자기네 음식이 갑자기 땡기는지 들어가보자고 했다.
오호라~ 이 기회에 한국말 연습이나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나: 니가 주문할 거면 들어가자
신랑: 그런게 어딨어! 난 한국말 모르쟎아!
니나: 미국 회사니까 메뉴 이름도 똑같을텐데 뭐……
신랑: 그래두 싫어……
니나: 왜?
신랑: 무서워……-_-
니나: 뭐가 무서워?
신랑: 한국말 못한다구 혼나면 어떡해……
울 신랑이 보기보다 이렇게 소심하다……
그넘의 한국말 아무리 가르치면 뭐하나……
쑥스럽다고 써먹지도 않는걸…… -_-
뭐, 한국에서 십년 넘게 영어를 배웠어도 막상 미국에 오면
입이 안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니나: 그럼 먹지 말자
신랑: 싫어, 먹을래
니나: 그럼 주문해……
으허허허허~
이렇게 신랑을 꼬셔서 KFC에 들어갔다……
신랑이 어떻게 하나 보려고 나는 카운터가 잘 보이는 곳에 앉고
신랑은 쭈뼛쭈뼛 주문을 하러 갔다……
신랑과 내가 KFC에 가면 항상 똑같이 시키는 메뉴로 사오라고 시켰다……
신랑, 캐시어한테 다가가더니 손가락 두 개를 편다.
신랑: Coke 주쎄요
캐시어,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알아들었나보다……
컴퓨터를 두드린다……
“콕 두개 주세요,”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얍삽하게시리
손가락을 사용하는군……
어쨌든 궁하면 통한다……
울 신랑, 이번에는 손가락을 한 개만 편다.
신랑: Original Recipe Chicken Breast주쎄요……
오옷~ 캐시어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캐시어: 네?
신랑: Original Recipe Chicken Breast주쎄요……
캐시어, 당황하기 시작한다……
신랑도 덩달아 당황하면서 나를 쳐다보고 구원의 눈빛을 보낸다……
으흐흐흐흐~ 나도 미국 첨 와서 그러구 살았다……
한번 부딪혀봐라!
신랑을 못본척 핸드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랑, 빨개진 얼굴로 한번 더 시도해 본다……
신랑: Original Recipe Chicken Breast 주쎄요……
캐시어: 어…… 여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만 있는데요…… -_-
이 캐시어도 한답답하는군……
아무래도 내가 도와줘야 하려나 보다……
니나: 저기, 오리지널 레써피 치킨 브레스트 주세요……
캐시어: ??????
뭐, 뭐냐……
난 정직한 한국 발음으로 했는데…… 왜 못 알아듣는 거야…… -_-
뜨어~ 이젠 내말도 못 알아듣는 걸 본 울 신랑이 신났다……
자기네 나라 말도 못한다고 시비 걸 꺼리가 하나 생겼으니……
헉~ 안 돼는데……
니나: 오리지널 레써피 치킨이요....
캐시어: 아, 오리지널이요?
니나: 예?
캐시어: 오리지널 치킨 있습니다……
똑같은 KFC인 줄 알았는데 메뉴 이름이 틀린가?
맞아, 영어 이름이 너무 기니까 줄여서 말하나보다……
캐시어: 가슴이요, 다리요?
신랑: 카숨!!!!
젠장…… 울 신랑답게 역시 가슴은 잘 알아듣는다…… -_-
흠, 나머지는 알아서 시키겠지……
다시 제자리에 와서 앉았다……
신랑이 다시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말했다……
신랑: Triple Crunch Zinger Sandwich주쎄요……
캐시어: …………………
캐시어, 다시 못 알아듣는 표정이다……
신랑: Triple Crunch Zinger Sandwich
캐시어: 그런 거 없는 거 같은데……
이젠 캐시어와 신랑이 동시에 나를 바라본다……
캐시어의 표정, 아주 짜증스럽다……
한국말 할 줄 알면서 내가 시킬 것이지 왜 혀가 완전히 돌아간
외국 사람이 주문을 하느라 자기까지 고생시키냐는……
무지 재수없다는 표정이다……
흠……
미국에선 영어가 딸려서 서럽던게 엊그제 같은데……
한국오니까 이번엔 재수없는 인간이 되는 건가…… -_-
할 수 없이 다시 캐시어에게 가서 또박또박 한국 발음으로
말해주었다……
니나: 트리플 크런치 징거 샌드위치요
캐시어: 그런 거 없어요……
니나: 그럴리가 없는데…… 그것도 이름이 다른가요?
캐시어: 저흰 샌드위치 없는데요……
니나: 아네요, KFC 샌드위치 맞아요
캐시어: 샌드위치 안 파는데……
내가 캐시어와 실랑이를 하고 있자 신랑이 점점 비웃음을 띄우기
시작한다……
아씨, 환장하겠네……
니나: 자갸, 여기 그 샌드위치 없나봐
신랑: 왜 없어? KFC 인데…
니나: 없다는데……
신랑: 으허허허허허~ 니 말도 못 알아듣는 게지?
니나: 아냐, 메뉴가 다른가바……
신랑: 니나는 바보야, 한국말도 못해……
에잇! 성질나……
신랑한테 한국말 연습 시키려고 한건데 왜 내가 바보 취급을……
니나: 샌드위치 없으면 뭐가 있는데요?
캐시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요…… (-_-)
주문하기 시작해서 벌써 한참이 됐는데도 우리가 캐시어 앞에 서 있자
뒤에 줄이 점점 늘어난다……
아, 안 되겠다……
진땀나기 시작한다……
니나: 샌드위치 말고 딴 거 시키자……
신랑: 싫어… 샌드위치!
니나: 그거 없다쟎어!
신랑: 그런 게 어딨어…… 너가 한국말 못하는 거지?
니나: 울 나라 말도 못하다니 내가 바보냐……?
신랑: 사실…… 좀 바보같긴 해……
신랑과 내가 주문은 둘째치고 영어로 싸우기 시작하자 캐시어가
당황한다……
뒤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을 불러온다……
캐시어: 이 사람 영문과니까 알아들을 거에요……
영문과: 어… 나, 영어 잘 못하는데……
캐시어: 영어는 껌이라구 맨날 그랬쟎아……
영문과: 그건 농담인데……
영문과 직원,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다른 캐시어들도 흥미롭게 시선 집중이다……
캐시어1: 맞다, 맞어, 오빠 영어 실력 좀 보자
캐시어 2: 평소에도 발음 맨날 굴리구 그러더니……
쯧쯧~ 이게 바로 영문과의 비애다……
미국에 유학오는 사람들 중에 절대로 한국에서 대학 다닐때
무슨 과였는지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영문과다…… -_-
영문과 직원이 땀을 흘리며 초긴장된 목소리로 신랑에게 묻는다……
영문과: May I help you?
오호, 영어가 나오자 울 신랑, 물을 만난 고기처럼 생기가 솟는다……
신랑: Yes, I would like to have triple crunch zinger sandwich
영문과: Um…… Pardon……?????
얼떨결에 영어 실력을 드러내야 하는 영문과도 곤욕이지만
내 입장은 또 뭐란 말인가……
왜 울나라에 와서 나는 놔두고 따로 영어 통역을 써야 하느냐고!!!!!
아씨, 쪽 팔려…… -_-
신랑: Triple crunch zinger sandwich
영문과: Um…… Pardon……?????
신랑: You don’t have triple crunch zinger sandwich?
영문과: Um…… Pardon……????? (-_-)
젠장……
영문과는 계속 pardon 만 하고……
수치를 면해보려고 다시 나서는 니나……
니나: 트리플 크런치 징거 샌드위치 없죠?
영문과: Um…… Pardon… 아, 아니지… 없어요....
니나: 신랑이 제 말은 안 믿으니까 대신 없다고 좀 말해줘요……
영문과: 에? 이, 이런……
아씨, 뒤에 줄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게 뭔 쑈람……
영문과: Um ...... Sir
신랑: Yes?
영문과: No…… (-_-)
신랑: No what?
영문과: Um… We don’t have.....
신랑: No zinger sandwich?
영문과: Yes
신랑: Yes? You have it?
영문과: No
신랑: No? No zinger sandwich?
영문과: Yes
신랑: Yes? You have it?
뜨어~ 미치겄다……
No sandwich? 하고 물어보면 상대방도 No 라고 대답해야
샌드위치가 없다는 말인데……
신랑이 No sandwich 할 때마다 신랑 말이 맞다는 뜻으로
Yes 를 하고 있으니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쟎어!!!!!
니나: Yes가 아니라 No라고 하셔야죠……
영문과: 샌드위치 없는 거 맞다니까요……
니나: 부정으로 물을 땐 부정으로 답을 해야 긍정이……
아이고, 나도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겄다…… -_-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가고 있음을 파악한 신랑, 머리를 써서
다시 질문한다……
신랑: Sandwich or no sandwich?
영문과: No sandwich……
신랑: Ok, I see......
휴우~ 다행이다……
니나: 내 말이 맞지? 딴 거 시키자!
신랑: 알았어…… 에이 참, 메뉴가 뭐 이래……
니나: 오리지널 치킨 하나 더 주세요……
손님이 많이 밀리는 바람에 미안해서 그냥 똑같은 걸 시켜버렸다……
빨리 이거 먹구 사라져야지……
돈을 내고 있는데 갑자기 신랑이 소리친다!!!!
신랑: There it is!!!!
뭐, 뭐야……
신랑의 손가락은 오른쪽 창문에 붙은 사진을 가리키고……
앗, 창문을 보니 나와 신랑이 그리도 애타게 찾던 트리플 크런치
징거 샌드위치 사진이 붙어있는게 아닌가?
어, 어떻게 된거지?????
신랑과 니나, 동시에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외친다
“주쎄요!!!!” (-_-)
우리의 외침에 놀란 영문과 직원 및 캐시어 일동도 사진을 바라보더니
한꺼번에 외친다……
“아아~ 징거 버거~!!!”
뜨어……
순간 뒤에 밀린 손님들도 우르르 넘어가며 한마디씩 외친다……
“헉~ 징거 버거를 가지고 여태까지!!!!”
아,아니…… 아무리 메뉴 이름이 바뀌어도 그렇지……
트리플 크런치 징거 샌드위치가 어떻게 징거 버거로??????
캐시어: 징거 버거 드려요?
신랑: 칭가 바가?
캐시어: 어머, 이젠 발음 잘 하시네요…… -_-
뒤에 손님이 많이 밀리긴 했지만……
애타게 찾던 징거 샌드위치인지 칭가 바가인지를 받은 신랑은
밝은 표정으로 니나를 야려준다 ……
신랑: 니나도 못 시키는 거 내가 시켰다!!!!
그래, 좋기도 하겄다……
결국 한국말 연습은 고사하고 울 신랑의 자랑거리만 하나 더
늘었으니……
신랑: 니나는 나 없음 한국에서 아무것도 못 먹는다!!!
워찌하여 나는 한국까지 가서도 울 신랑을 못 당하는가……
흑흑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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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햄버거 빵을 사용해서 만든 건
대부분 버거로 통하는 가 봅니다만……
미국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 외에
치킨이나 생선이 들어간 경우에는
대게 샌드위치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니나는 비록 10년 만에 한국 나가서
촌티만 내고 다녔지만……
여러분은 미국 오셔도 버거 대신 샌드위치라고
할 때가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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