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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 [인간지놈지도 완성의 의미] "난치병 30년이면 정복"
[매일경제 2003-04-15 07:51:00]
국제컨소시엄인 인간지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정보의 집합체인 지놈(유전체)지도를 사실상 완성 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인류 생명과학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세워 졌다.
이번 인간지놈지도 완성은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 진단 등 의료분야 에 새로운 지평을 가져오고, 신의 영역으로 간주돼온 생명현상을 낱낱 이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세기 난치병으로 기록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한편 수명연장, 건강한 삶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의학혁명'이 21세기중 펼쳐질 것으 로 기대된다. 또 바이오.제약산업계는 지놈정보를 이용한 신약.신기술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 김재섭 교수는 "과거에는 퍼즐 조각 이 몇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맞춰야 했지만 이제 전체 조각을 다 얻었기 때문에 생명과학 연구방법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며 "앞으로 30년이면 주요 난치병을 상당부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설 것으 로 본다"고 전망했다.
■생명의 책 풀어
이번에 완성된 지놈지도는 인간의 23쌍 염색체를 구성하는 염기 순서( 서열)를 표시하고 이 가운데 유전자의 위치와 갯수 등을 파악한 것이다 . 즉 염색체에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은 4종의 염기(아데닌, 구아닌 , 시토신, 티민)가 일정한 순서로 약 30억개 나열돼 있는데, 그 순서를 밝혀냈고 특히 어떤 부분이 유전자인지를 알아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지난 1953년 4월 25일 국제학술지 '네 이처'를 통해 인간 DNA 구조를 밝혀낸지 꼭 50년만에 DNA전체 서열과 유전자위치 등을 담은 지놈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또 지난 2001년 6월 국제컨소시엄인 인간지놈프로젝트(HGP)와 벤처기업 셀레라지노믹스가 97%의 염기서열과 유전자 위치를 담은 지놈지도 초안 을 발표한 지 3년이 채 안돼 완성본이 나온 것이다. 당시 중간 중간 DN A조각의 염기서열을 밝히지 못했지만 이번에 사실상 전체를 파악한 것 이다. 그러나 전체 염기서열 중 1% 미만 부분은 현재 과학수준으로 여 전히 풀기 어려워 현 상태에서 연구는 종료된 셈이다.
■의학혁명 본격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개개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식의 연구를 해왔지만 이제 유전자 전체를 들여다보며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염기서열에서 단서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기능을 규명하 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또 초파리 등 이미 밝혀진 생물체의 염기서열과 인간 염기서열 정보를 비교 분석해 유전자 기능을 속속 밝혀내는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을 전 망이다. 특히 암과 치매, 당뇨병 등 주요 질병에 직접 관여하는 유전자 를 밝혀낼 경우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성 인간유전체연구실장은 "이미 세계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HGP가 밝혀낸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 들 정보를 이용해 질병원인을 정밀하게 분석, 진단.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교수는 "과거에는 사람 유전자 1개를 연구하기 위해 수십개 연 구팀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했지만 지금은 HGP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유전자 위치와 구조에 접근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1000배 이 상 빨리 질병 유전자 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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